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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독작 月下獨酌

시 백이십팔(1)

by 설애

월하독작 月下獨酌


이백


제1수


꽃밭 가운데 술 한 항아리 놓고

대작할 벗이 없으니 홀로 마시네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그림자와 더불어 셋을 이루었네

달은 본시 술을 마실줄 모르고

그림자는 내 몸 따라 흉내 낼 따름이지만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날을 마음껏 즐겨나 보세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 어지럽구나

취하기 전엔 함께 즐기지만

취한 후에는 저마나 흩어지리니

정에 매이지 않는 우정 영원히 맺어

먼 훗날 은하수 너머에서 만나보세


제2수


하늘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주성(酒星)이 하늘에 있지 않았을 것이고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땅에 주천(酒泉)이 없어야 할 것이리라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좋아했으니

술을 사랑함이 하늘에 부끄럼이 없구나

맑은 술을 성인에 비한다는 말 이미 들었고

흐린 술은 현자와 같다고 이르는 말을 들었네

성현과 같은 술을 이미 마시었으니

하필 신선을 구할 게 있는가

술 석 잔 마시면 대도와 통하고

한 말 술은 자연의 도리와 맞다네

취한 속의 즐거움을 얻으면 그만이지

깨어있는 사람에게 전할 생각은 말아라


제3수


삼월의 함양성은

갖가지 꽃 만발하여 대낮의 비단 같은데

누가 능히 봄에 홀로 근심하는가

이런 경치 맞아 주저 말고 술을 들게나

우리 삶의 빈궁 영달과 장수 단명은

일찍이 천지의 조화로 주어진 것

한 말 술에 생사의 다름이 사라지고

모든 세상일은 본디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로다

취한 후에는 천지를 잃어버리고

멍하니 베개 베고 잠에 빠지면

내 몸에 있는 것도 알지 못하니

이 즐거움이 사뭇 깊은 것이로다


제4수


근심걱정은 천만 가지요

맛 좋은 술은 삼백잔이라

근심은 많고 비록 술을 적으나

술잔을 기울이면 근심이 오질 않네

그래서 술의 성스러움을 알게 되고

술을 즐기니 마음 저절로 열리는구나

관직을 마다하고 수양산에서 은둔했던 백이 숙제나

자주 빈 쌀독에 굶주렸던 안회나

살아생전 술 마시기를 즐기지 않았으니

헛된 이름만 남겨 무엇에 쓰리오

게와 가재 안주는 신선들의 선약이 되고

술지게미 쌓인 언덕은 봉래산이 되는구나

모름지기 좋은 술을 마시고

달을 타고 놀며 저 높은 누대에 올라 한껏 취해 보리라


[출처]

https://pssbus0.tistory.com/m/1699


월하독작 4수를 모두 읽으니,

맑은술(청주)을 마시면 성인을 만나고,

흐린 술(탁주)을 하시면 현자를 만나니

신선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술이 취하면 술 마시지 않는 자와 이야기하지 않고

술에 취해 달을 타고 논다 하니

그러다 지쳐 잠이 들면 내 몸도 못 찾겠습니다.


아,
이백은 술이 갖는 이로움을 알고 있는
풍류 있는 시인입니다!

그러니 어찌 술을 마시지 않을 수가 있나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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