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나의 계절, 볕뉘
어제, 대전을 오랜만에 찾아갔다.
대전은 첫 직장이자 지금의 직장을 시작했던 곳, 신입사원의 설움과 일의 고통을 알게 한 곳 그리고 많은 직장 동료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결혼하여 남편과 처음 둥지를 튼 곳, 아이들을 낳아 기른 곳이다.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하며 떠나왔으나, 나는 한 시간 거리를 출퇴근을 하며 4년 전까지 대전으로 다녔다. 대전에서 마지막 살았던 곳에서 멀지 않은 [바베트의 만찬]에서 첫 만남이 있었다. 그것은 공저될 책, [계절을 읽는 마음(가제)]를 위한 첫 모임이었다. 나의 '처음'을 간직한 도시, 대전은 익숙한 길이었고 부러 이전에 다니던 회사 앞을 돌아 모임장소로 도착했다.
가을볕은 따뜻했고, 서점의 공기도, 밀크티도 모두 가을볕을 닮아있었다. 인사는 하였으나 어색했고, 나는 책들이 주는 안온함에 마음을 맡겼다. 책을 보며 기다리다 보니 작가님들이 모두 도착했다. 자리를 옮겨 조용하게 시작된 우리들의 책 이야기는 궁금한 것이 많았던 나의 질문 세례와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주시며 설명했던 볕뉘 작가님, 그리고 서로 익숙하고 친숙하지만 처음 만난 마림 작가님과 수목, 담음 작가님의 소개로 이어졌다. 책 출간을 도와주실 수정 이사님의 소개까지 마치고 책의 계획을 논의했다. 그리고 볕뉘 작가님의 사인을 받은 책도 선물 받고, 담은 작가님께서 만드신 예쁜 보라 나비 책갈피도 선물 받았다. 또한 책방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까지 주셨으니 오는 길이 무거웠다. 아, 내가 마음에 드는 책까지 사서 그런가?
볕뉘 작가님의 책을 읽다가, 밤이 지나고, 오늘 새벽에 마저 다 읽었다. 예쁜 표지와 책장을 물들인 예쁜 연두색만큼 아름다웠고 슬프고 그리고 단단한 이야기들을 읽었다. 우리 삶은 한 가지 계절이나 한 가지 색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모든 계절을 지나 우리는 자라고 색이 바뀌듯 단단해지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서문에서 언급한 간절한 바람대로 그 어느 계절 시들지 않았으며,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비가 내리는 그 계절들이 읽으며 되살아났다. 그리고 삶으로 뛰어드는 많은 것들에 대해 나아가는 힘을 볕뉘 작가님은 이렇게 썼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불쑥 내 삶에 뛰어드는 모든 문제 앞에서 나는 운명이 아니라 나의 사람들을 믿기로 했다.
p30
나도 믿기로 한다. 볕뉘 작가님과 같이 발맞추어 걸어갈 작가님들을. 그리고 능력 있는 이사님과 편집자님을.
그래서 반짝일 우리의 계절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