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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by 설애

이시봉은 이 책을 지은 저자 이기호의 실제 강아지 이름이다. 시봉이는 이렇게 생겼다.

책에 시봉이의 사진을 넣어주어 한참 읽다가 발견해고는 반가웠다. 살아있는 소설의 주인공이라니. 이 소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만,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반가움이 컸다.




이 책은 작가의 말을 제외하고 523쪽에 달하는 두꺼운 소설이다. 시봉이는 스페인 왕궁에서 태어난 '후에스카르 계열의 비숑 프리제'라는 설정이다. 그 귀한 몸이 한국에 들어온 계기와 그 개가 사람 주인공인 시습에게 오게 된 계기를 합쳐 소설이 되었다.

시봉이는 그 고귀한 혈통 때문인지, 동네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에게서 고양이를 구하고, 그 영상을 찍어 올려 유명해진다. 소설을 다 읽고 다서 다시 시작을 조명해 보니, 이시봉은 용맹한 강아지이자, 고양이를 구할 수 있는 강아지였다. 하지만 이 시봉이 때문에 시습의 아버지가 죽게 되고, 이 시봉이를 살리기 위해 한 여자는 죽을 때까지 노력하고, 이 시봉이를 찾기 위해 한 사람은 매달리고, 이 시봉이를 팔아서 사건이 생기고, 이 시봉이가 결국 가족이 되는 이야기다.


현재와 가까운 과거, 먼 과거의 이야기가 세 줄기로 엮이는 구조가 복잡하지만 결국 시봉이의 혈통과 시봉이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람과 개가 가족인 먼 과거와 가까운 과거, 현재의 이야기이다. 머리를 땋듯 서로 꼬이면서 전개되는 복잡한 형식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가진 생명력은 꼬인 동아줄의 힘처럼 강력하다.

사람과 개의 가족 같은 관계, 그리고 좀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관계의 개념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운다. 그 반려견이 버거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책임감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되는 책이다. 먼 과거에서 고도이는 자신을 살려준 개의 일족을 키우는데 일생을 바치고, 가까운 과거에서 박유정이라는 여성은, 책임감을 갖고 개를 키우다 돈이 없어 강아지를 팔려고 나선다. 현재에도 동일한 일이 반복된다. 개를 구하려다 시습의 아버지가 죽고, 그 개를 팔았다가 다시 사러 가고. 반려견, 반려묘가 많은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이 동물들과 연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최후까지 가족일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


이 책 추천한 박정민 배우는 이렇게 추천사를 마감한다.


아니. 몰라 시봉. 그냥 보시오!


박정민 배우 페이스북

박정민 배우의 에세이 [쓸만한 인간]에서 강아지를 버리지 말라고 호소하는 글이 있다. 그래서 이 추천사에 담긴 진심이 느껴진다. 이 책은 개에게는 조금 잔인한 장면이 있으니 보지 말라고 했다가, 결국 가족이 되니, 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책인 것이다.

그 갈팡질팡함이 이해되는 책.


이기호 작가가 이시봉의 까만 눈동자를 볼 때마다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길어도 너무 길어진 책. 그래서 읽다가, 해가 넘어가지 전에는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다 읽었다. 이기호 작가의 다른 책처럼, 결국 따뜻한 사람과 관계에 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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