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 작가님과 글쓰기, 여행의 한순간을 써라
정윤 작가님과 글쓰기 11강, 여행의 한순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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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낮술의 추억]
프라하 여행 3일째 남편과 나는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뜨거운 커피를 한 잔씩 주문했다. 아침의 공기는 차갑고 낮의 햇살은 뜨거웠다. 그래서 두껍지 않은 외투에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나서는 길이었다.
한가로운 아침 햇살을 맞으며 숙소 근처의 공원을 지나 농업박물관에서 아침을 보냈다. 하지만 목적지는 스트라호프 수도원 양조장이다. 양조장이 아침에는 문을 열지 않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농업박물관에는 '농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자동차, 오토바이, 각종 천문의 등 다양한 전시물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보석들처럼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은 공장들이 갈라진 채 우리에게 내장을 보여주듯 내부를 보여주는 바람에 나의 발길은 오래 머물렀다. 전시를 보며 감탄하며 사진을 찍는 것도 지칠 때쯤,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주변의 초등학생들인지, 꼬맹이들부터 키가 큰 소년, 소녀들이 전시관 곳곳으로 개미들처럼 몰려다녀 한적한 공기는 금세 증발되었다. 남편은 바퀴 달린 것들에게 정신을 빼앗겨 느린 거북이처럼 천천히 전시장을 돌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그가 돌아왔을 때, 아침을 지나 점심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망설임 없이 스트라호프 수도원으로 향하는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목에 두른 스카프가 살짝 더울 정도로 뜨거운 햇살이 우리가 가는 길을 비춰주었다. 모든 것이 밝고 희망찼다. 왜냐하면, 우리는 점심부터 맥주를 먹고 오후에는 숙소에서 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여행 일정 중 하루 정도는 숨구멍을 뚫듯이 점심에 일정을 마감한다. 그날이 바로 그 숨구멍 같은 날이었다.
12시가 되지 않았는데 양조장의 마당은 벌써 좌석이 차 있었고, 우리는 운 좋게도 마지막 좌석을 차지했다. 맥주를 시키고, 같이 먹을 음식을 시켰다. 곧 맥주가 나오고 우리는 말없이 맥주 한 모금에 안주 한 숟가락을 넣으며 행복하고 조용한 시간을 만끽했다. 좌석은 넓은데 두 사람이 앉아있으니, 합석 요청이 들어왔다. 넓은 나무 테이블이었으므로 우리는 승낙했다. 그들은 독일의 일본 맥주 수입상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놀랍게도 출장을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맥주를 마시러 온 출장. 세상에! 나와 남편은 그런 팔자 좋은 직업이 부러워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수가 많고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자, 말수는 적은 남자, 여자 이렇게 세 명이었다. 주로 말수가 많은 남자와 남편이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그들은 심지어 각자 다른 맥주를 마시고 짧게 맥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또 시켰다. 맥주 시음 출장이니까! 그때 우리도 같이 맥주를 시켰다. 그렇게 같이 맥주를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우리의 몸은 급속도로 나른해졌다.
트램에서 겨우 내려 숙소에서 돌아와 침대로 직행했다. 시차와 낯선 곳에 온 긴장감을 모두 빨아들인 낮술이 기분 좋게 몸속에서 번져가고, 침대 속에서 나는 녹아들었다. 체코는 맥주의 나라다. 나는 그제야 체코의 관광객이 아니라, 체코가 맥주의 나라임을 증명하는 체코의 일부가 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