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목욕탕, 필이
인생 3막 정도 살고 있는 중.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삶을 살지 자신조차도 궁금한 상태.
이런 멋진 자기소개를 앞날개에 떡하니 달아놓으신 필이 작가님의 <빨간목욕탕>을 읽었다.
사실 <빨간목욕탕>은 이름의 비밀이 있다. 원래 다른 이름(궁금하면 책을 보시길 ^^)인데 미라클모닝 톡방에 올렸더니, 사진에 목욕탕이 빨갛게 빛나며 번진다. 그 빨간 불빛이 강렬하여 붙은 별명인 것이다.
어디가 아픈지, 쏟아지는 눈물과 심장을 부여잡고 응급 약을 먹어가며 <빨간목욕탕>으로 향한다. 다리도 아픈지 냉탕에서 운동하고 온탕에서 다리를 녹인다. 나이는 이제 50살이 넘었다는데, 안 아픈 곳이 없어 보인다. <빨간목욕탕>에서 월목욕을 끊고 매일 새벽 5시~6시에 만나는 언니들은 모두 낯설고 거칠다. 사람 사는 곳 어디든 텃세가 있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 적응기는 온탕에 몸을 녹이듯, 마음을 서서히 풀어놓는다. 할머니라고 불러야 하는지, 이모라고 불러야 하는지 호칭을 모르는데, 모두 '언니'라고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언니'라고 하면 60살도, 70살도, 80살도 다 좋아한단다. 그래서 생긴 열명이 넘는 언니들. 이 언니들의 이야기도 듣고, 이 언니들과 삶의 때도 벗기고, 이 언니들의 조언을 듣다 보면 <빨간목욕탕>은 벗어날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다.
나도 참 큰 일이다. 이제 나이 40살인데, 주야장천 사무직에 있다 보니 어깨가 자주 아프다. 게다가 거북목이다. 이 편치 않은 몸을 병원에서 가져가서 잠깐 정상으로 돌려놓고 또 혹사시킨다. 그리고 어느새 몸무게가 조금씩 늘더니, 앞자리가 익숙해졌다. 그래서 큰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아, 빼야 하는데 하고 생각한다.
이런 나이다 보니 필이 작가님의 <빨간목욕탕>을 가는 걸음이 이해가 된다. 출근 시간 9시, 그전에 고등학생인 아이를 등교시키고, 아침을 먹이려면 5시에 30분에는 목욕탕에 가야 한다. 그전에 명상할 수 있는 글귀도 읽고 간다. 진짜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미라클 모닝'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드는 '미모의 언니'들이 있다. <빨간목욕탕>에서 만나는 언니들은 이런 생활에 익숙한지 8시 출근도 하신단다. 부지런한 언니들은 아픈 몸도 목욕탕에서 치유한다. 자신의 몸에 맞게, 운동과 목욕과 생활을 조화롭게 이끈다. 아픈 몸이 치유되었다는 이야기에 귀가 쫑긋해지니, 아무래도 몸이 아프긴 아픈가 보다.
어린 시절부터 30대 중반까지 나는, 가끔 심장이 비이상적으로 빨리 뛰었다. 심장의 길 하나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와 심장이 빨리 뛰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허벅지에서 출발하여 심장으로 관 같을 것을 넣고, 이 길을 태우는 시술을 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는 이런 증상이 없다. 의사 선생님께서 심장이 빨리 뛰면 어떻게 했냐고 물으시길래, 웅크리고 가만히 멈출 때까지 앉아있었다고 했다.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심장이 분당 200회가 넘게 뛰면 순간 어지럽고 몸에 심장 밖에 존재하지 않는 듯해서 그 심장을 부여안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필이 작가님은 협심증이 있어 심장이 조이는 듯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응급약을 가지고 다니며,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참아내었다고 한다. 그런데 <빨간목욕탕> 언니 중 한 분이, 이 협심증 약도 안 먹고 목욕탕에서 치유했다는 '미라클'을 증명하신다. 그래서 또 후루룩 페이지가 넘어간다. 이 <빨간목욕탕>에 다니는 언니들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언니들은 삶으로 인생을 증명한 언니들, 열심히 살아온 언니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언니들이었다.
곡물 팩을 얼굴에 올리고, 마사지를 하고, 목욕탕에서 스트레칭하고,
자신의 몸을 아끼는 언니들이었다.
그래서 피부관리나 마사지 같은 건 돈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다는 문장에 멈추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언니들의 이야기에서는 그저 핑. 계. 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얼마 전 중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얼굴에서 윤이 났다. 뭐 하느냐고 물었다니 일일 일팩을 한단다. 역시, 매일매일 자신을 아끼는 것은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미라클>은 어디에 있는가?
<빨간목욕탕>에 있는가?
맞다. <빨간목욕탕>에 '적혀'있다.
일상의 '미라클' 찾아, <빨간목욕탕>을 찾아가 보시길 바란다.
[필이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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