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백오십삼
단비 한번 왔는갑다 활딱 벗고 뛰쳐나온 저년들 봐, 저년들 봐. 민가에 살림 차린 개나리 왕벗꽃은 사람 닮아 왁자한데,
(중략)
간지러, 봄바람 간지러 홀아비꽃대 남실댄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中, 홍성란
자극적인 제목이었나요?
심의에 걸린다면 [봄에 남실대는 꽃]이라고 점잖게 바꾸겠습니다. 선을 넘을지도 모르는 [저년들 봐, 저년들 봐]라는 제목이 [봄이 오면 산에 들에]보다는 마음에 확~ 들어오지 않나요?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중략된 저 부분도, 꽤 자극적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봄비, 단비를 맞고 뛰쳐나온 노랗고, 하얗고, 붉은 부끄러운 것들이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천지에 피었습니다. 봄에는 원색적인 꽃들이 참 잘 어울립니다. 그 봄에는 또 봄처녀라는 말도 참 어울립니다. 봄에 어울리는 것들은 어딘지, 설레면서도 순진하고 산만한 것들입니다. 정신없이 피어나는 꽃들 때문인지도, 따뜻한 봄볕에 마음이 한없이 풀어져서인지도, 봄바람에 실려오는 꽃향기에 취해서인지도, 그것들이 한꺼번에 와서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홀아비꽃대도 남실대고야 맙니다. 저도 그만 설레는 마음에 정신을 놓고 저런 제목을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걸었는지도 모릅니다.
봄을 가득 채운 것들은 유혹이 아니라 생기에 가깝습니다. 성숙한 아름다움 보다는 병아리 같은 천진함에 가깝습니다. 삐약삐약 개나리와 지가 바람인 줄 알고 날리는 벚꽃이나, 마음에 불 한 번 지르겠다고 붉어지는 진달래가 있는 곳으로 돌진합시다.
봄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설애가 당신의 돌진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