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 기초조사서

봄 + 시작

by 설애

새 학기를 맞으며, 담임선생님께서 인사와 함께 아이에 대한 기초조사서를 보내셨다. 작성해야 할 것은 부모님이 기대하는 아이의 장래 희망과 가족 관계, 아이의 습관, 장단점, 건강 상태 및 주의해야 할 음식 등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다 쓰고 아이에게 전달하니 제법 진지하게 내가 적은 것을 읽고 있어, 속으로 뭐라고 적었는지 다시 떠올렸다.


부모가 되어 아이의 장래 희망을 적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없다고 적어 놓으면 아이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고, 대단한 것을 적어 놓으면 아이의 현재와 괴리가 생긴다. 또 담임선생님께 전달하면서 아이가 읽기 때문에 대단한 직업은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첫째처럼 이미 장래희망이 정해진 경우는, 그 희망을 적어주면 아이의 뜻을 지지하는 것이니 쓰기가 쉽다. 하지만 장래희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둘째의 경우는 부모가 원하는 것을 적는 것이 어렵다.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적어도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가능성을 품은 아이를 과소 평가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몇 년 전에는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가 구조를 설계하는 건축사가 되면 좋겠다고 적어놓았는데, 아이가 읽더니 “나는 싫어”라고 그 자리에서 답했다. 하지만 공란으로 남겨둘 수가 없어 그대로 제출했었다. 이번에도 건축사라고 적고, “해볼까?”라고 지나가듯 이야기한 천문학자도 같이 적어놓았다.


장단점을 적는 것도 쉽지 않다. 학부모 모임에서 솔직하게 적어 보낸 단점이 선생님의 선입견을 만들 수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단점은 가볍게 적어 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받은 적이 있다. 멋모르고 내가 느낀 대로 적었던 단점이 아이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갈 수 있다는 상황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 조언을 마음에 새겨두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단점란에 “없음”이라고 적었다. 이것 또한 고슴도치 엄마처럼 보일까? 그래서 학습 습관을 적을 때는 “게임을 좋아하여 자주함”이라고, 슬쩍 ‘고슴도치 엄마는 아니랍니다.’하는 마음을 담았다.


가족 관계를 적는 란에는 특이하게도, "가족 중 누구를 잘 따르는가"하는 문항이 있어 또 고민이 되었다. "왜 잘 따르는가"라는 질문에도 한참 고민해서 이유를 작성했다. 부모님의 직업이나, 가전제품의 보유 여부보다는 아이와 가족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하기보다는 아이의 첫인상을 다듬어내는 작업이므로 정성스럽게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이승윤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아이들이 학교에서 꽃길만 걷기를 바란다.



*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노래 가사로 산울림의 곡이지만, 싱어게인에서 이승윤이 부른 곡을 떠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