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우면서

시 백팔십팔

by 설애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아이에게 단추를 꿰게 하려면, 큰 단추부터 연습해서 구멍으로 밀어 넣게 합니다. 아이들 옷의 단추가 큰 이유입니다. 작은 손으로 단추 구멍에 낑낑대며 넣었습니다.


스스로 단추를 끼울 줄 아는 아이는 스스로 옷에 단추를 끼웁니다. 저는 잘못된 구멍으로 넣는 줄 알지만, 그냥 둡니다. 그 대신 거울 가서 다음 단계로 첫 단추와 첫 구멍을 찾는 법을 알려줍니다. 아이는 첫 단추와 첫 구멍을 찾아 바르게 옷 입는 법을 배웁니다. 저는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틀렸다고 바로 지적하지 않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거울을 보여주거나 틀린 대로 두었습니다.

어느 날 방법을 찾기도 하지만, 포기하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어느 날은 뭐가 이상한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작은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자기소개를 작성할 때도 그냥 틀리든 말든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했습니다.


"틀려도 돼?"

"응."


그 대신 적어야 하는 분량의 2배를 적어오라고 했습니다. 그것을 같이 잘라내고 수정해서 자기소개를 써냈고, 저는 생각보다 잘 써와서 놀라고, 작은 아이는 틀리게 써도 고칠 수 있다는 것에 놀랍니다.

그 자기소개서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천양희 시인은 옷 입는 일, 단추 끼우는 일을 사는 일에 비유합니다.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잘 못 끼운 첫 단추에 대해서, 옷 한 벌 입기 힘들지요.

맞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다들 옷은 입고 삽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