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팔십칠
달아나는 청춘
헤르만 헤세
고단한 여름이 고개를 떨구고
호수에 비친 제 빛바랜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가로수 길 그늘을 고단하게 걸어갑니다
미루나무 사이로 바람이 수줍게 지나갑니다
내 뒤로는 붉게 물든 하늘이 있고
내 앞으로는 저녁의 불안과 여명
그리고 죽음이 있습니다
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고단하게 걸어갑니다
내 뒤에서는 청춘이 엉거주춤 멈춰 서더니
그의 아름다운 고개를 떨굽니다
더 이상 나랑 같이 가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청춘에게 안 삐졌어요.
저는 안 슬퍼요.
저는 괜찮아요.
저는... 거짓말쟁이에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