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씨앗, 세 개의 꿈
꿈을 떠올리며 글을 쓰다가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더 이상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어 글을 멈추었다. 꿈이 내 안의 깊은 곳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이 느낌을 포근하게 안고 가만히 있어 본다.
꿈. 이파리 하나 없는 커다란 나무에 주홍빛 감이 한가득 달려 있고 나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아름드리나무의 줄기는 굵고 튼실했고, 수관의 모양은 둥글고 아름다웠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은 주홍빛 꽃송이처럼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내 안에서 어떤 결실을 맺는 모양이다.
이런 꿈을 꿀 때면 신기하고 기쁘면서도 어색하다.
나는 여전히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데,
몸도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아프고, 삶은 여전히 고단하고.
뭐 하나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내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니.
어떤 결실을 맺은 걸까?
눈을 감고 깊이 상상을 해본다.
손에 닿는 감을 하나 똑 떼어낸다.
감은 겉면이 보들보들하고 말랑말랑하니 잘 익었다.
꼭지를 따고 껍질을 벗겨 한 입 베어문다.
시원하고 촉촉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씨앗을 감싸고 있는 말랑하고 매끈한 젤리 같은 막을 치아로 걷어내고
손바닥에 톡 담아본다.
반짝이는 갈색에 날렵한 모양이 새침하니 예쁘다.
감을 다 먹고 나니
씨앗 세 개가 내 손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하나는 큰 나무 곁에서 자라게 해주고 싶다.
"엄마와 함께 잘 크렴."
다정하게 말해주며 흙에 구멍을 파고 씨앗을 심는다.
나머지 두 개의 씨앗은 까치 대신 내가 옮겨주려 한다.
한 개는 꿈에 다녀온 고모집 너른 마당에,
한 개는 꿈에서 시장 근처로 이사한 새 집의 조용한 안마당에 심어야지.
새들이 감을 먹으러 많이 놀러 왔으면 좋겠다.
내가 맺은 결실은 바로 씨앗을 발견하고 들여다보는 마음,
어디에 심고 어떻게 자라날지 기대하는 그 마음이 아닐까.
* 씨앗을 심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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