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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22. 2020

아기 변비 관리 잘해주세요

항문 주위 피라미드 모양 돌출

"아기 똥구멍에 이상한 게 있어."

"이게 뭐야?"


어느 날, 아기 응가를 닦아내던 남편이 물었다. 남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을 쳐다봤다. 아기 항문 12시 방향에 붉고 작은 살덩이가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이 이전에 있었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 건지 그날부터 생긴 건지는 잘 모르겠다.


"생후 7개월인데 벌써 치질이 생겨?"

농담을 하며 웃어넘겼지만 그것의 정체가 궁금했다.


소아과 의사들은 신생아가 태어나면 온몸을 샅샅이 본다. 신체진찰의 기본인 '시진'을 통해 신생아의 기형을 찾아내는 것이다. 가끔 어떤 아기들은 귓바퀴나 가슴에 작은 살덩이들이 붙어 있다. 피부에 보이는 조직은 대부분 양성이기에 관찰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과 관련된 다른 기형은 없는지 확인해보는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전공의 시절을 돌아볼 때 아기 항문 살덩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것이 우리 아기에게 관찰되기 전까지 말이다. 신생아에서는 물론이고 생후 7개월 아기에게 있다는 것은 보지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비슷한 사진이 눈에 띄었다. 'Infantile perianal pyramidal protrusion(IPPP)'였다. 말 그대로, 항문 앞쪽 조직이 피라미드 모양으로 돌출된 것이다. 어린 여자아이에게 흔하다. 후천적으로 변비같이 회음부 조직에 지속적인 힘을 가하면 생길 수 있다. 분홍색 또는 옅은 빨간색을 띤다. 생김새가 매끈하다. 크기는 5-30 mm2로 다양하다. 변비를 해결하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없어질 수 있다. 경과 관찰하면 된다고 아래 논문에 나와있었다.(Lamberti A, Filippou G, Adinolfi A, Fimiani M, Rubegni P. Infantile perianal pyramidal protrusion: a case report with dermoscopy and ultrasound findings. Dermatol Pract Concept. 2015 Apr;5(2):125–128.)


아기는 생후 7개월이었다. 이유식 횟수를 2번으로 늘렸다. 분유만 먹을 때보다 변이 되직해졌다. 분유를 먹을 때는 황금 변을 보았다. 하지만 이유식을 먹은 뒤론 음식물들이 미처 소화되지 않은 채로 나오기도 했다. 변을 보는 횟수가 다양해졌다.  분유를 먹을 때는 거의 하루에 1회씩 대변을 보았다. 이유식을 먹으면서 2~3일에 한 번꼴로 보기도 했다. 변을 볼 때 아기는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가 되었다. 끙끙대면서 아래쪽에 힘을 많이 줬다. 그 힘 때문에 약한 조직이 부풀어 올랐다. 평소에는 그 부위가 아기 손톱만 했다. 하지만 변을 본 뒤에는 어른 새끼손가락 손톱 정도로 커졌다. 이러다가 그것이 터질까 봐 조마조마했다. 아기는 변을 본 뒤 통증이 있는지 보채기도 했다.


항문 살덩이에 대한 해결책은 변비를 낫게 하는 것이었다. 건강한 '바나나 응가'를 만들기로 했다. 하루에 한 번씩 분유를 탈 때 유산균을 섞어 먹였다. 이유식을 먹고 물먹는 습관을 들였다. 이유식을 만들 때 변비에 좋은 고구마, 감자, 당근 등 야채를 다양하게 넣었다. 사과, 바나나 등을 간식으로 주었다. 아기가 변을 본 뒤 따뜻한 물로 씻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돌이 지나서 '항문의 뿔'은 진정이 된 것 같다. 사실 아기가 더 이상 누워서 변을 보지 않아서 신경을 덜 쓰게 된 것 같다. 아기가 앉거나 서서 대변을 보면서 아기 항문을 쳐다볼 기회가 없었다. 아기는 건강한 변을 봤다. 대변을 보고 나서 아프다고 울지 않으니 좋아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냈다. 항문 살덩이가 아직 남아있긴 했다. 미용적으로도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생후 9개월 여자 아기의 콧물 증상으로 진료를 보러 왔다. 온 김에 살며시 아기 엉덩이도 봐달라는 보호자가 있었다. 예전 우리 아기의 항문과 같은 모양이었다. 설명을 듣고 진료실을 나가는 엄마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내가 아기를 키우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걱정거리였다. 아기를 낳은 소아과 의사라는 것이 그들과 소통의 다리가 된 것 같다. 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지식을 우리 아기는 알려준다. 나는 이렇게 성장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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