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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22. 2020

유아 예방접종 꼭 하세요

유아 예방접종

아기를 키우면 병원에 갈 일이 많아진다. 아기가 아플 때는 물론이고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주사를 맞히기 위해서도 찾는다. 요새는 독감 예방접종을 꼭 챙겨야 할 시기다. 예방접종은 저항력이 약한 아기들에게 감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소아과 의사로서 또한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예방접종 일화들을 소개하겠다.  


#BCG 접종

아기의 첫 예방접종은 BCG 접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기의 생애 첫 접종은 B형 간염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B형 간염 1차 백신은 아기가 출생 후 몇 시간 내로 맞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엄마들이 처음으로 챙기게 되는 주사는 BCG 접종인 것이다. 이것은 맞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팔에 도장처럼 찍는 경피용과 주삿바늘로 피부를 살짝 부풀게 만드는 피내용이다. 내가 선택한 방법에 따라 아기 팔에 평생 흔적이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가 생후 22일이 되었을 때 집 근처 소아과 의원에 갔다. 국내에 일시적인 피내용 백신의 공급 부족으로 일반 소아과에서 도장형(경피용)이 공짜였다. 그 당시 나는 시험을 준비하는 탓에 마음이 바빴다. 굳이 피내용 주사를 맞히러 시간을 내어 보건소에 갈 생각이 없었다. 비용이 비싼 도장형이 한시적으로 무료라는 말에 기회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두 방법은 주사 방식의 차이일 뿐 효과는 비슷하다. 아기는 연달아 두 번 찍는 도장 주사를 맞으면서 소리 내어 울었다. 붉고 선명하게 찍힌 1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마치 주홍글씨 도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기가 커가면서 주사자국은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내 기억 속에 확실하게 찍어놓았다. 


#아기 예방접종시기

생후 2개월 접종 때 병원에 헛걸음한 적이 있다. 겨우 생후 54일인데 DTap, 폴리오, Hib 백신을 맞추러 간 것이다. 1주일 전 B형 간염 2차 예방접종을 맞았다. 그날 간호사 선생님이 1주일 뒤 병원에 와서 나머지 접종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생후 2개월이 안되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간호사 선생님 말이라 그냥 생각 없이 믿고 갔다. 병원에 도착해 생후 2개월이 안된 아기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간호사 선생님은 약간 당황해하셨다. 곧이어 진료실에 계시던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나오셨다. 아기가 맞아야 하는 백신의 권장 나이는 생후 2개월이라고 하셨다. 해당 백신의 접종이 최소 가능한 나이는 생후 6주였다. 하지만 건강한 아이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빨리 맞추지는 않는다고 설명해 주셨다. 예방접종 날짜에 대한 착오가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의료진도 실수할 수 있다. 예방접종 시기에 대해 보호자가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날 이후로 보건소나 소아과에서 예방접종 알림이 오면 꼭 확인한다. 아기의 예방접종 수첩을 보고 날짜를 꼭 확인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로타백신

예방접종을 할 때 우리 아기가 울지 않은 적이 있다. 주사가 아닌 시럽 제제 덕분이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먹는 약이다. 의사나 간호사가 아기 볼 안쪽에 소량씩 약을 짜서 먹인다. 접종 횟수가 3회인 로타텍은 2ml, 2번인 로타릭스는 1.5ml이다. 둘 다 무색의 달달한 맛이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잘 먹는다. 하지만 약 값이 참 비싸다. 아기가 꼴깍거리며 약을 힘들게 목구멍으로 넘기면 긴장하게 된다. 간혹 아기가 약을 먹다가 게우기라도 하면 보호자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접종 후에 토하거나 뱉어 내어도 다시 접종하지 않는다. 다만 로타릭스의 제조사 제품설명서에는 '투여된 백신의 대부분을 뱉거나 토했을 때 동일 방문 시점에 1회 대체 용량을 추가로 투여할 수 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대한소아과학회, 『예방접종 지침서』, P.261)


#펜탁심

매번 아기가 주사를 맞는 것을 보느라 면 참 애처로웠다. 내가 주사를 놓을 때도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접종 횟수를 가능하면 줄일 수 있는 주사약을 선택했다. 내 아기에게 맞출 때는 여러 약이 섞인 복합 제제를 골랐다. 같은 예방접종을 여러 번 맞아야 할 때는 횟수가 적은 쪽을 택했다. 효과는 어느 것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본뇌염 백신은 사백신인 경우 총 5회, 생백신의 경우 총 2회를 맞아야 한다. 로타 백신의 경우에는 제품에 따라 세 번 또는 두 번으로 접종 횟수를 선택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는 주사 방법에 대한 정보를 줄 뿐 선택은 부모에게 맡긴다. 


#MMR

우리 아기는 풍진 백신(MMR)을 한 번 더 맞았다. 이유는 이랬다. 2018년 가을, 남편이 일본에서 열리는 학회에 초대받았다. 우리는 가족여행을 계획하였다. 생후 11개월 아기와 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일본에는 수도권에서 시작된 풍진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남편과 나는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풍진 항체가 있었다. 문제는 돌이 안된 아기였다. 풍진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찾아 읽었다. 12개월보다 어린 생후 6-11개월 영아라도 풍진 유행지역을 갈 때는 1회 접종을 하고 4-6주 후 출국하는 것을 권하고 있었다. 출국일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이었지만 최대한 빨리 접종을 하였다. 덕분에 안전하게 여행을 잘 다녀왔다. 이후 돌 무렵 MMR 접종도 다시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실에서도 외국으로 여행 가는 아기가 있으면 부모에게 꼭 일러준다. 아기의 예방접종 이력을 잘 확인하라고 한다. 외국을 갈 때는 그곳의 유행하는 질병은 없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수인 시대이다. 


소아과 전문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 예방접종표를  딸딸 외웠다. 진료실 현장에서는 적기 접종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늦춰지거나 빨라지는 사례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했다. 보호자들은 아기들의 예방접종 시기를 개인 사정으로 늦추거나 맞추지 않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방접종은 지연 접종이 가능하기는 하나 완전히 면역이 생겼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기의 건강을 위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첫 단계는 예방 접종 시기에 맞춰 병원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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