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
'온천물이 아기한테 잘 안 맞았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로 생후 11개월 아기 피부가 달라졌다. 아기 오른쪽 팔꿈치 바깥 부위가 붉어졌다. 일본에서 아기와 함께 물놀이를 할 겸 호텔 안에 있는 온천을 두어 번 이용했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노천온천탕이 참 좋았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했던 온천욕이 나와 달리 아기 피부에는 안 좋았던가... 2018년 11월, 초겨울을 알리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아기의 피부는 변하고 있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물 밖에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 2일쯤 되었을 때다. 아기를 목욕을 시키면서 오른쪽 팔꿈치 바깥쪽이 붉어진 것을 발견했다. 온천물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으로 생각했다. 물이 맞지 않아 생긴 것이니 한국에서 지내다 보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붉어진 피부는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멀쩡했던 왼팔의 팔꿈치도 오른팔처럼 변하고 있었다. 아뿔싸! 생후 11개월 아기에게 아토피 피부염이 생긴 것이다.
대학병원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기들을 많이 봤다. 그들은 집에서 관리가 안 되어 병원에서 입욕제로 목욕을 하고 치료를 받았다. 간지러움을 완화시켜주는 약을 먹었다. 피부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연고와 크림, 보습제를 사용했다. 증상이 호전되면 퇴원하였다가 악화되면 입원을 반복하였다. 이 모든 과정을 알고 있기에 아토피 피부염을 내 아기가 겪는 것은 싫었다. 아기는 매일 잠들기 전 간지러움 때문에 힘들어했다. 팔꿈치까지 옷을 걷어 올리고 아토피 피부염이 생긴 부위를 손으로 긁어댔다. 말려도 소용없었다. 이 모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속상했다.
겨울이 되니 아기 피부는 많이 거칠고 건조했다. 아기의 오른쪽 팔꿈치 옆쪽에서 작게 일어난 발진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커졌다. 빨갛고 우둘투둘해지고 하얀 각질이 일어났다. 피부 장벽이 무너져 표피에서 수분이 과도하게 손실된 것이다. 제 기능을 살리는 것이 필요했다. 첫 단계가 피부의 보습 관리였다. 목욕 후 물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보습제를 발랐다. 크림이나 로션은 습기가 있는 피부에 더 잘 스며든다. 건조한 피부를 오랫동안 촉촉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보습제를 하루에 한 번 바르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아기가 일어났을 때, 점심을 먹고 나서, 자기 전 등 하루 3번 이상은 기본으로 보습제를 발랐다. 이외에도 수시로 보습제를 발랐다.
가려움증에 신경 썼다. 피부를 긁는 행위는 간지러움을 느끼게 하고 다시 긁게 만든다. 긁어서 피부에 상처가 나면 세균에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아기가 자다가 무심코 긁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기 전에 낮은 단계의 스테로이드 로션을 발랐다. 가려움증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아기의 손톱을 짧게 깎고 다듬었다. 아기가 간지러움 때문에 피부를 긁더라도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했다.
피부에 닿는 제품에도 신경을 썼다. 목욕을 시킬 때는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맹물 목욕을 했다. 아기 머리를 감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아기 옷은 아기전용 세탁기와 세제를 사용해 어른 옷과 분리해서 빨았다. 자기 전에 아기가 마시는 분유에는 면역력을 키워줄 수 있는 유산균과 비타민D를 챙겨 넣었다.
아토피 피부염을 다루는 연수강좌에 귀 기울였다. 여러 대학병원 교수님들이 알려주시는 최신 정보와 노하우를 들었다. 집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따라 했다. 재발과 악화가 잦은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에 대해 잘 알고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테로이드의 사용법과 사용기간을 제대로 알게 됐다. 스테로이드는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확신이 들었다.
아기 피부는 겨우내 악화와 호전을 반복했다. 피부가 붉어지고 간지러움이 심해지면 강도가 약한 스테로이드 로션을 발랐다. 약을 바르니 눈에 띄게 좋아졌다. 3일 정도 꾸준히 바르니 피부의 붉은 기운은 거의 없어졌다. 1주일간 사용 후 우둘투둘했던 피부는 매끈해졌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며칠 후 피부가 붉게 변했다. 아기 피부 상태에 맞춰 스테로이드 사용을 유지했다. 증상이 심할 때는 매일 한 번씩 바르고 증상이 좋아지면 2~3일에 한 번씩 사용하기도 했다. 스테로이드 사용과 상관없이 보습제를 수시로 사용해 건조함을 막았다.
2019년 4월, 꽃 피는 봄이 오면서 아기의 피부는 좋아졌다. 반팔을 입혀도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는지 모를 정도로 호전됐다. 시간이 흘러 초겨울이 되니 다시 한번 아기 피부는 건조함을 앓았다. 하지만 보습에 신경을 잘 써주니 그전처럼 심해지진 않았고 회복력이 빨랐다. 아토피 피부염에는 보습제가 필수였다. 어느 제품을 쓰던 바르는 양과 횟수가 중요하다.
아기는 항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것 같다. 아기의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아기 보습제를 수시로 바르니 내 손도 고와졌다. 이렇듯 아기와 엄마는 공생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