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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22. 2020

아기의 가슴 멍울 걱정되나요?

성조숙증

"친구들 사이에서 키가 큰 편에 속하겠어요."


생후 12개월 영유아 건강검진을 하러 집 근처 소아과 의원에 들렀다. 의사 선생님은 검진 결과지를 보여주셨다. 아기의 키, 몸무게, 머리둘레를 또래집단과 비교해 설명하셨다. 아기의 키와 몸무게는 상위 90 퍼센타일 이상이었다. 또래 아이들 100명을 줄 세웠을 때 앞에서 10명 안에 든다는 것이다.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아기는 또래에 비해 발육이 빨랐다. 병원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기는 12월에 태어났지만 생일이 빠른 아기들과 비교해서도 신체발달이 우수했다. 왜소한 체격의 나와 남편을 닮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튼튼한 몸을 가졌으니 정말 좋은 일이었다. 

"아이가 키가 크네요." 

또래 아이들과 놀고 있으면 우리 아기는 키 때문에 눈에 띄었다. 엄마들은 아이가 체격이 좋아서 부럽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단순히 성장이 빠른 것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체격이 신경 쓰인 것은 아기의 가슴 때문이었다. 신생아 때부터 '가슴 멍울'이 있었다. 양쪽 가슴을 눌러보면 둥근 단추가 안에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 신생아의 가슴 멍울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호르몬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생긴다. 특별히 관리해 주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아기가 생후 6개월이 됐을 때 영유아 건강검진을 처음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아기의 키, 몸무게와 머리둘레가 또래보다 크다고 말씀하셨다. 가슴 멍울이 만져진다고 하셨다. 반년이 흘러 두 번째 검진을 받았다. 아가의 가슴 멍울이 여전히 만져지고 발육상태가 더 좋아졌다는 결과를 들었다. 포동포동 하게 살이 오른 아기 가슴이 예전보다 더 나온 것 같았다.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어린 나이에 사춘기를 맞는 것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어린 나이에 가슴이 발달하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면 성조숙증 초기 상태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방 조기 발육증은 다른 성징은 보이지 않고 가슴만 발달하는 경우다. 대개 2세 전후에 잘 생긴다. 태어날 때 가슴 멍울이 있다가 사라지는 아기들 사례는 진료실에서 종종 봤다. 대개 돌 이전에 사라지고 특별한 검사나 처치 없이 기다리면 되었다. 


소아과 교과서에는 어린아이가 가슴만 발달한 경우 2세, 혹은 만 3세까지도 지켜볼 수 있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달랐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만 믿고 아기의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했다. 수련을 받았던 대학병원 소아 내분비 파트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시간을 갖고 조금 지켜보자는 답변을 들었다. 불안하고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의사의 한마디 말로 환자는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을 짜릿하게 느꼈다. 아기가 조금 더 자랄 때까지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아기의 가슴 멍울은 생후 18개월쯤 없어졌다. 세 번째 영유아 건강검진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키와 몸무게, 머리둘레 모두 잘 크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근육, 소근육, 인지, 언어, 사회성, 자조 등의 발달 영역도 또래와 비슷하게 잘 따라가고 있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크고 있는 딸아이에게 고마웠다. 


아기 엄마가 되니 병원에 올 일이 잦아졌다. 병원 의사 선생님을 통해 내 모습을 비춰보게 된다. 소아과 의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배운다. 엄마들은 아기에 관한 작은 변화라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첫아기라면 더욱 신경이 많이 쓰이게 마련이다. 내가 진료실에서 영유아 건강검진을 하러 온 보호자들과 많은 시간을 갖는 이유다. 엄마들은 아기에 대한 걱정들을 털어놓는다. 나는 진지하게 고민들을 듣는다. 이 글이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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