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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27. 2020

기저귀 유목민 시절

기저귀 발진

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어릴 적엔 새 옷보다 언니들이 물려준 옷이 더 많았다. 무던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자랄 수 있었던 이유라고나 할까. 아기를 위한 물건을 고를 때 이런 성격이 한몫을 했다. 하나의 제품을 고르면 특별한 문제가 없을 때까지 사용했다. 아기 기저귀도 그렇게 하나만 골라 쓰면 되는 줄 알았다. 


내가 찾는 기저귀의 조건은 단순했다. 첫째, 아기의 아기의 대소변을 잘 흡수할 것. 둘째, 가격이 합리적일 것. 셋째, 아기의 엉덩이에 잘 맞을 것.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기저귀를 찾으려고 했다. 인터넷에는 기저귀 샘플을 유료로 신청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다양한 회사의 상품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어떤 기저귀 회사 홈페이지에는 상품 기대평을 쓰면 무료 샘플을 받아 볼 수도 있었다. 해당 상품을 써보니 무난했다. 소위 가성비가 좋았다. 같은 회사라도 기저귀의 가격과 품질을 조금씩 달리 한 제품들이 있었다. 생후 7개월까지 아기의 엉덩이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여름이 되니 무조건 시원한 게 좋았다. 얇아진 옷과 달리 아기 기저귀는 너무 더워 보였다. 여름용으로 나온 얇은 기저귀가 있었다. 사용하던 기저귀보다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아기 엉덩이에 난 땀띠를 생각하니 바꿔야 했다. 여름이라 물놀이를 갈 때도 아기 기저귀가 필요했다. 일명 방수 기저귀다. 물에서 본 소변을 어떻게 흡수하는지 그 원리가 궁금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방수 기저귀는 아기 응가만 걸러낼 수 있었다. 물놀이장에서 소변보는 아기는 정말 많은데... 방수 기저귀의 진실을 모르는 것이 속편 했다. 


'기저귀 유목민' 


엄마들 사이에서 아기 기저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말한다. 의도하지 않게 나도 이 대열에 올라섰다. 아기가 자라면서 기저귀 제품을 여러 번 바꿨다. 기존에 잘 쓰던 기저귀였는데 어느 날 새 제품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철사가 꽂혀있었다. 하마터면 아기가 찔릴 뻔했다. 해당 회사에 문의했고 새 제품을 보내줬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더 이상 그 제품을 사용할 수 없었다. 어떤 기저귀는 흡습제가 튀어나왔다. 아기에게 기저귀를 오래 채워둔 것도 아닌데 자주 그랬다. 기저귀를 갈 때마다 아기 엉덩이에 투명하고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붙어있었다. 때로는 기저귀에서 나는 특이한 화학 냄새와 기저귀 발진 때문에 못 쓰는 경우도 있었다. 


아기가 자랄수록 기저귀도 커졌다. 생후 8개월쯤 되니 아기는 가만히 누워 있지 않았다. 기저귀를 채우려고 할 때마다 요리조리 굴러다녔다. 움직이는 아기에게 기저귀를 입히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기저귀를 겨우 입히면 아기는 벗어댔다. 손가락으로 꼬물거리며 허리 밴드를 풀어대기 일쑤였다. 팬티 형태의 기저귀를 입히는 것이 그나마 손이 덜 갔다. 작은 기저귀를 입히면 아기의 허벅지나 배 주변에 기저귀 주름 자국이 깊게 남았다. 그때마다 아기 기저귀를 한 단계씩 올려 주문했다. 기저귀 단계를 올리면서 아기가 쑥쑥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기저귀를 입는다. 하루 24시간 동안 기저귀를 찬다. 기저귀 안에 땀을 흘리고 오줌, 응가를 한다. 이렇게 젖은 기저귀를 그대로 놔두면 피부가 습해진다. 피부가 짓무르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병원 진료실에는 기저귀 발진으로 찾아오는 아기들이 많다. 특히 설사 횟수가 잦을 때면 항문 주위 피부가 벌겋게 된다. 심하면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피부를 보호하는 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곰팡이 균에 감염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는 것이다. 기저귀 발진은 예방이 중요하다. 


짓무른 피부를 지나치게 씻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것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 진단하에 피부 상태에 따라 스테로이드, 산화아연, 항진균제 연고 등을 발라야 한다. 연고를 바른 뒤에 보습제를 덧바르는 것도 필요하다. 피부를 잘 건조하고 보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더 이상 기저귀 유목민이 아니다. 아기가 올해 기저귀를 뗐기때문이다. 4살 아기는 '대소변 가리기'라는 인생의 큰 일을 해냈다. 대소변 볼 때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던 아기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한 아이가 됐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서 희미해질 것 같다.  글로 써보니 내가 아기에게 신경을 쓴 것보다 아기가 참 잘 컸다는 생각이 든다. 참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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