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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23. 2020

아기는 몸도 마음도 쑥쑥 자랍니다

아기 발달

생후 8개월 무렵, 백화점 문화센터 1일 강좌 수업을 갔을 때다. 비슷한 또래 아기들이 보였다. 대부분 아기들이 기어 다녔다. 심지어 걷는 아기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기는 내가 앉혀 놓은 채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기 발달이 느린 걸까?'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아기들과 우리 아기 행동을 비교하게 되었다. 


아기는 소아과 교과서에 실린 행동발달 표 대로 자라고 있었다. 생후 9개월에 누워있다가 혼자 앉기 시작했다. 12개월이 되니 소파를 붙잡고 한 발자국씩 떼기도 했다. 아기는 매일 새로운 과제를 수행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말 단 하나 못하는 게 있었다.


아기는 신발을 유난히 싫어했다. 양말은 신어도 신발을 신기는 것은 어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양말같이 생긴 신발을 신는 연습을 안 해서 그랬던가... 육아 템을 몰랐던 초보 엄마의 무지에서 비롯된 건가... 여하튼 신발을 신지 않는 집에서만 걸어 다녔다. 아기와 바깥으로 나갈 때는 유모차를 끌거나 아기 띠를 매야 했다. 


아기는 바깥세상에 대해 궁금하고 호기심이 가득했다. 반면 이상하리만치 신발을 신고 걸으려 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발이나 다리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책을 찾아봐도 집 밖에서 걷지 않는 아기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언제쯤 우리 아기는 바깥에서 걷게 될까... 유모차를 밀고 다니며 아기가 뛰노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이렇게 마냥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생후 18개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기가 신발가게 앞에서 운동화를 가리켰다. 본인이 고른 신발을 신겨줬다. 아기는 이날 처음으로 신발에 대한 거부를 하지 않았다. 아기는 신발이 맘에 들었는지 어기적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놀라운 변화였다. 신발을 사자마자 아기와 공원에 갔다. 아기는 신나게 걸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뛰기도 했다. 이리도 잘 뛰어놀던 아기가 그전에 걷지 않으려고 했던 아기가 맞는지... 내 눈과 기억이 의심스러웠다. 


아기는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동네 놀이터를 가자고 졸랐다. 전날 잘 걸었던 모습을 떠올랐다. 유모차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기랑 자신만만하게 집에서 멀리까지 걸어갔다. 아주 더운 여름날이었다. 아기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힘이 든 지 안아달라고 했다. 10킬로가 넘는 아기를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돌아왔다. 유모차를 유유자적하게 밀고 다니던 때가 우아했던 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기는 점점 고집이 생겼다. 20개월이 넘어서면서 변덕스러움이 극에 달했다. 유모차를 잘 타고 가다가 갑자기 내려달라고 몸부림을 쳤다. 유모차에서 내려주면 또 걷기 싫다고 징징대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생후 25개월에는 떼 부림이 심해져 지하철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의사 표현이 강해졌다. 


그래도 걷는 것을 좋아했다. 어른이 다니기에도 먼 거리를 작은 두발로 열심히 걸어 다녔다. 아기랑 속도를 맞춰 걷는 게 힘들 때는 사탕이나 과자, 아이스크림으로 달래서 유모차에 태우고 다녔다. 10개월 동안에는 유모차를 거의 쓸 일이 없었다. 유모차가 이제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조만간 처분하려고 생각했었다.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접어두었던 유모차를 다시 펼쳤다. 짧은 거리이지만 태우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아기는 오랜만에 본 유모차를 보더니 쉽게 올라탔다. 생후 28개월이었다. 그때부터는 어린이집 등 하원 할 때 유모차에 잘 타고 다니고 때로는 잘 걸어 다녔다. 예전처럼 갑자기 유모차에서 내리겠다고 억지를 쓰지도 않았다. 걷다가 힘들면 유모차에 앉아 쉬기도 했다. 말이 좀 통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았다. 


생후 30개월이 되니 아기에게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동네 친구, 언니 오빠들이 신나게 타고 다니는 킥보드를 타고 싶어 했다. 아기는 킥보드를 산 날, 5시간 동안을 거의 쉬지 않고 탔다. 2주가 지나니 아빠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탔다. 아기는 균형을 잘 잡고 발을 굴리며 타는 정도로 발전했다. 


아기는 변화무쌍한 존재인 것 같다. 아기가 어릴수록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발전을 한다. 발달 속도는 아기마다 다를 수 있다. 이 글을 보는 엄마들은 나처럼 괜한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기마다 성향이 다르고 발달 과정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때가 오면 다 하게 되어 있다. 걱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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