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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Oct 11. 2021

수리아 나마스카라

일요일의 캘리그래피 일기 020h Day.


한달하고 3일전인 9월 7일. 정신이 어디론가 가출을 했는지 뒤죽박죽 엉켜버린 날이었다. 그럴때일수록 조심을 했어야는데. 급히 저녁을 준비하다 그만 머리위 찬장에 놓여있던 양념병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나이가 들면 어딘가 아프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잘 다친다더니. 그 말이 딱 정답. 요리하면서 손을 많이 다치곤 했지만 뼈가 부러지다니. 머리에 털나고 처음있는 일이다. '깁스를 하더라도 운동을 하리라.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병이 생길지 모르니.'라고 병원 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디행히 깁스는 안해도 되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에 걱정은 가라앉았다.한국이었다면 별 일 아니었을텐데. 그래도 당분간은 조심하는 것으로. 그런데 문제는 운동, 몸의 균형이 중요한 요가를 하기 곤란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발가락의 움직임이 필요한 동작인 수리아 나마스카라는 당분간 금해야할듯했다. 나의 아침을 열어주는 그 움직임을 멈춰야 한다니 급 우울감이 밀려들었다.

이후 한달여 조심조심 쉬운 유산소 위주의 운동으로 체온을 올리고 일상을 유지했다. 그런데 'WHY NOT?!'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 하고 있는데, 요가는 왜 못해? 수리아 나마스카라를 왜? 이 동작은 내게 일종의 명상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스리는데 이보다 더 좋을 것이 있을까? 8개의 기본동작들을 이어가는 동안 호흡이 흐름을 찾아간다. 조용히 내 안을 들여다 볼수 있다.

오늘 아침을 드디어 수리아 나마스카라로 열었다. 점프하는 동작, 업독과 다운독을 오갈때 오른쪽 발을 살짝 피면서 말이다. A에서 B 동작으로 이어가려는 찰나 B 동작이 기억이 안 난다. 생각을 짜내도 대충의 그림만 나올 뿐. 영상을 돌려서 한 부분만 확인하고 이어간다. 들숨과 날숨과 함께 움직임을 연결해가려는 순간. 몸이 기억을 하고 있다. 내 안에 맡기니 알아서 찾아간다. 괜한 걱정에 뒤로 돌려 조바심을 내었다. 급할게 무엇이 있던가? 자연스레 두면 되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 내려 하면 할수록 더 어두운 수풀 안으로 빠져들어갔음을 이미 경험했으면서 말이다. 흐르는 데로 흘러가되 놓아버리지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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