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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Oct 15. 2021

보글보글

캘리그래피 일기 024h Day.


기온이 훅 떨어지네. 아니다. 체감 온도가 그런 듯. 잠시 나갈 일이 있어 옷장을 뒤적이다가 가지런히 걸려있는 간절기 옷들이 흔들리며 고개를 힘없이 떨구고 있다. 손길 한번 닿지 않고 그대로 다시 잠들 판이다. 언제부터인지 봄과 가을이 사라져 간다. 특히 가을이 그렇다. 나뭇잎들이 가을로 온전히 물들기도 전에 찬 바람에 그대로 떨어져 버리고 만다. 아쉽기도 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내게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저녁 메뉴로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을 하다 부대찌개로 정했다. 오늘 같은 날씨에는 보글보글한 찌개가 안성맞춤. 따뜻하고 얼큰한 국물에 탱글탱글 라면사리와 고기, 햄들이 가득 들어찬 요 아이는 남편과 째가 정말 좋아한다. 간단하게 멸치 맛국물를 내어 송송 썰은 야채와 김치를 돌려 담고 삼겹살과 햄을 중간중간 넣어준다. 고춧가루를 적당히 넣은 찌개용 양념장을 풀어 불 위에 올려 한숨 끓인 후 가장 중요한 콩 통조림을 투하.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상을 준비하고 라면사리를 국물 속에 쏙 넣어 끓여내어 불기 전에 식탁 위로 이동.

밥 한 그릇 뚝딱 먹고 잘 먹었다는 멘트로 오늘의 마지막 식사시간을 마무리한다. 깨끗이 비워낸 그릇들을 설거지할 때가 제일 즐겁다. 내 마음, 정성이 담겨 더 맛있다는 사실을 가족들도 잘 알고 있겠지? 오랜만에 프로 주부의 역할을 잘 마친듯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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