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힘들때, 빠사삭한 치킨과 함께 날려보내라!
‘네 소원은 무엇이냐?’
‘내 소원은 프라이드치킨을 먹는 것입니다.’
‘뭐라? 그렇다면 그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나의 소원은 한 마리의 프라이드치킨을 먹는 것입니다. 빠삭빠삭 빠사싹한... 치킨.’
나는 매우 마른 편이다. 나 같은 사람은 ‘입이 짧다. 복 달아나게 깨작거린다. 입맛 떨어지기 먹는다....’ 등등의 오해를 쉬이 산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편견의 돌덩이를 과감하게 깨는 식도락계의 도끼다. 좋아한다는 말로는 매우 부족하다 느껴질 만큼 먹을거리를 열혈 사모한다. 결혼전에는 2년여 동안 모 커뮤니티의 식도락 카페 시솝을 맡았었다. 매달 적게는 20여 명 많게는 50여 명의 회원과 정모를 진행하고 시도 때도 없이 번개 모임을 만들어 맛집을 찾아 헤매는 한 마리의 맛에 굶주린 하이에나였다.
태생이 감각적 자극을 좋아한다. 미각뿐 아니라 오감을 리드미컬하게 두드려주는 음식을 만나는 것은 내게 행복, 삶의 존재 이유 그 자체이다. 다채로운 맛과 향, 시각적 자극은 음식의 기본이요. 손이나 수저와 젓가락, 포크와 나이프로 그릇 속에 담긴 음식을 접할 때 전해지는 다양한 촉감과 소리의 조화. 거기에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 양념처럼 솔솔 뿌려지면 천국을 찾기 위한 기도는 불필요하다. 바로 여기가 천국이니까.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음식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처음 접하는 음식도 크게 꺼리지 않았다. 일단은 눈, 코로 살펴보고 크게 혐오스럽지 않다면 입속에 넣어 그 정체를 확인해본다. 솥뚜껑 아래 마른풀 속 꼼장어 굽는 소리가 그들의 살려달라는 비명 같아 차마 먹지 못했던 기억을 빼곤 대부분 용감하게 일단 먹 Go! 보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50여 년 가까이 살아본 결과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당연한 진리임을 어렴풋이 알겠다.
‘대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프라이드치킨이요. 치느님을 맘속에 항상 간직하고 있어요. 영원히 사랑합니다!!!’
이렇게 먹는 이야기를 찬양하듯 노래하면, ‘대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라 묻는다. 나는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소리친다. ‘프라이드치킨이요. 치느님을 맘속에 항상 간직하고 있어요. 영원히 사랑합니다!!!’
2016년 1월 기준으로 한국의 치킨 매장의 수는 3천 6만여 개. 전 세계 맥도널드의 매장 수인 3만 5천여 개보다 더 많다고 한다. 헉 소리 나게 많은 수이다. 전철역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200여 미터의 길가에서 5~6개의 치킨집이 있으니 말이다. 말해 뭔들? 창밖이 어둑어둑해지고 배꼽시계 알림이 울리면 핸드폰과 손가락이 바빠진다. 피맥이 새로운 대세라 해도 원조를 당해낼 수 있으랴. 담백 촉촉 닭살에 빠삭하고 꼬신 튀김옷의 조화는 입속에 들어가는 순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기름에 튀기면 구두도 맛있다.’라는 명언이 말해주듯 기름에 튀겨 맛없는 음식을 만드는 게 더 재주라 누가 그러더라.
여기에 프라이드치킨이 내게 특별한 맛으로 기억되고 여전히 사랑하는 것은 어릴 때 기억기 가득 묻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소야~~ 앙, 우리 미소~~’
늦은 밤 약주가 얼큰하게 되신 아빠가 나를 부르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가시덤불 수염의 따꼼한 볼 인사를 참으며 내 눈은 아빠의 손끝에 고정되어 있다. 아빠의 양손에는 묵직한 봉투들이 여러 개 있다. 평소 먹기 어려운 바나나 같은 과일이나 과자, 그리고 기름이 배어나와 반쯤 투명해진 종이봉투가 들려있다. 킁킁킁... 이 냄새는... 나는 자동반사로 꼬리를 흔들며 아빠에게 안긴다. 아빠의 까글까글한 볼에 내 볼을 가열차게 비비며 ‘사랑해요. 아빠~ 감사합니다!’라고 외친다.
'우리 미소는 양계장에 시집가야겠어. 본전 뽑겠다!'
부모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딸은 양계장에 시집보내야겠다고 하실 정도였으니 나의 프라이드치킨 사랑이 얼마 정도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듯. 동네치킨집 튀김 닭만 먹어보던 내게 천지개벽할 맛의 치킨이 찾아왔다. 덥수룩한 흰 수염을 뽐내며 끝없는 망망대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날아오신 할아버지표, KFC 치킨. 얼마나 맛있었는지 처음 먹을 때 감동을 표현해낼 방법은 아직 못 찾았다. 진정 'Unbelievable', 믿을 수 없는 천상의 맛, 영혼이라도 팔아 먹어 치우리... 촉촉한데 바삭하다. 쫄깃한 닭 껍질에 배어 있는 달콤 짭조름한 양념 맛은 십 점 만점에 십 점, 백 점 만점에 이백 점! 아빠가 한 바구니 사 들고 오시면 얼마나 아껴 먹었던지, 살은 살대로 양념이 맛있게 배어 있는 껍질은 껍질대로 뜨거워 손을 호호 불며 결대로 찢어서 이 둘을 조금씩 함께 냠냠 정말 맛있게 먹었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배꼽을 잡고 웃을 일이지만 그땐 정말 그랬다.
어른이 돼가며 온갖 산해진미를 맛보았지만 치느님에 대한 충성도는 여전히 이상 무. 변함없는 맛도 맛이지만 아버지의 따듯한 목소리와 바스락거리는 포장지를 들여다보며 동생과 깔깔웃던 그 순간이 기억의 세포 깊이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다. 아마 이보다 더 맛있는 음식은 앞으로도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뿜어져 나온 침샘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 방금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거하게 한판 치뤄냈으나 나도 모르게 배달 앱을 키고 고민에 빠진다.
프라이드냐? 양념이냐? 간장인가, 매운맛인가... 아 나 몰라.
그러나 단 하나 만은 확정.
내일 낮 메뉴는 치킨 바로 너로 정했어!
넌 정말 맛있닭!
https://brunch.co.kr/@snowysom/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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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혈적 단식으로 건장하자.'_ '간단'과 '마음을 새기는 시간'_ 캘리그라피 모임, '마새시'에 대한 문의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현재 '간단'은 6기가 '마새시'는 7기가 진행중입니다. 다음 기수 참여를 원하시면 카톡오픈챗으로 화花몽夢을 찾아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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