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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Oct 17. 2021

손 끝

캘리그래피 일기 026h Day.

부산히 일을 벌여왔던 2021년. 공사다망하다 못해 전부 폭망 할 뻔했던 올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 아래 지난달부터 주변을 정리 중이다. 사실 도망가고 싶어서 주변을 이렇게 복잡하게 꼬아놓았는지도 모른다. 닥친 일들이 무서웠고 해결 방법이라고는 무한정 기다리는 것뿐이라 스스로에게 가한 채찍질을 했던 것 같다.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삶이라는 게 항상 순탄할 수는 없다는 것을 큰 상처로 배웠다. 아프다고 뒤돌아 누워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니. 여기저기 뒹굴며 묻어난 먼지들을 탈탈 털어내며 과한 욕심들도 같이 훨훨 날린다.


어수선한 마음이 하나의 온점으로 모이고 있다. 바로 캘리그래피인데, 요즘 딥펜에  빠졌다. 붓펜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한 획들이 일품이다.  펜으로 기초적인 부분과 구성에 있어서 신경 써야  부분들을 숙지한 터라.  수월하게 다가가고 있다. 글씨를 그리는 도구들,  , 스펀지형  , 납작 , 플러스펜, 라이너, 볼펜, 수채  , 칼라 , 촉들이 다른 딥펜 등등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전달이 된다.


같은 단어, 문장도 읽는 이에 따라 가슴에 각각 다르게 새겨지듯. 무엇으로 쓰냐에 따라 어린 소녀가 어두운 골목의 요부로 변할 수도 있다. 이런 놀라운 변신이  손끝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캘리그래피와 모든 수작업 끝에 오는 창작물의 매력이다. 거부할  없는 마력의 늪에 빠진 김에  깊은 곳으로 유영하며  세계를 찾아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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