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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Oct 18. 2021

개구리 걸음

캘리그래피 일기 027h Day.

백일 넘겨 일기를 쓰고 이어 나의 캘리그래피로 이어나가고 있다. 그냥 일상다반사를 가볍게 끄적이는 일기 정도면 좋겠는데. 캘리그래피로 그려본다고 생각하니 괜한 힘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몇 시쯤이면 무엇을 하고 있을지 대충 짐작한다. 생활패턴 자체가 일정하고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감정은 봄을 맞이한 개구리처럼 널뛰는데 말이다.


오늘은 한주를 마무리하는 일요일이다. 오전에 마트에서 식사를 가볍게 할 수 있게 이것저것 장을 좀 봐서 다음 주를 준비하는 내 시간을 확보하기 수월했다. 다음 주 교재를 손보고 '마새시'에서 작업할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으며 시계를 보니 한국의 시계는 이미 자정을 넘어가고 있다.


이 주 내내 추니가 많이 힘들어했다. 다행인지 그 마음을 내게 털어내어 참 감사하다. 무언가 자신을 넘어서고는 싶은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고 무기력해지기만 하는 모양. 이럴 때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저녁을 먹고 또 이것저것 걱정이 된다며 말들을 흐리는 녀석을 꼭 안아주었다. 녀석에게서는 내가 많이 보인다. 이 아이의 지금 심정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듯하다. 그래서 남들에게는 참 쉬운 일이 왜 이리 아이를 힘겹게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더 꼭 안아주고 말은 삼켰다. 그리고 내일도 우리 함께 개구리 걸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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