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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Nov 08. 2021

두 계절이 함께 내린 날

캘리그래피 일기 047th Day.

요 며칠 일기예보를 보며 설마설마했다. 11월 초에 눈이라니. 한겨울에도 워낙 건조해  눈 구경이 어려운 이곳, 베이징에 곧 눈이 온다고? 어제 해질 녘 창을 흔드는 바람 소리와 흩뿌리듯 날리는 빗방울에 예보가 틀리지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소복이 쌓인 눈에 눈을 비비며 창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정말 눈이 온다. 11월 초에 눈이라니! 오~ 마이갓!


인터넷도 먹통인 일요일 오전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때 이른 눈 덕분에 아이들은 신난다. 짜증이 차오를법한 상황에 서둘러 아침을 먹고 장갑을 찾아 밖으로 뛰쳐나간다. 덩치는 나와 비슷하나 그 안에는 아직 아이가 있다. 서둘러 따라 나가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을 가득 남기고 돌아온다.


첫눈 소식을 알리려고 손전화로 나와 아이들이 찍은 사진  장을 업로드했다.  장의 사진을 나눴을 뿐인데  다채로운 마음들이 오고 간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서로를 향한 따스한 문자들이 오고 간다.  신기한 세상이다.   전만 해도 상상도  했던 일들이 현실이며 그때는 이뤄지리라 예상했던 일들은 여전히  미래에 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훗날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을 것이 있다. 계절은 변하고 시간은 흐르며  안에 나와 우리가 이렇게 함께 지낼 거라는 . 그들이 있음이 내게 커다란 행운이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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