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 일기 047th Day.
요 며칠 일기예보를 보며 설마설마했다. 11월 초에 눈이라니. 한겨울에도 워낙 건조해 눈 구경이 어려운 이곳, 베이징에 곧 눈이 온다고? 어제 해질 녘 창을 흔드는 바람 소리와 흩뿌리듯 날리는 빗방울에 예보가 틀리지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소복이 쌓인 눈에 눈을 비비며 창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정말 눈이 온다. 11월 초에 눈이라니! 오~ 마이갓!
인터넷도 먹통인 일요일 오전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때 이른 눈 덕분에 아이들은 신난다. 짜증이 차오를법한 상황에 서둘러 아침을 먹고 장갑을 찾아 밖으로 뛰쳐나간다. 덩치는 나와 비슷하나 그 안에는 아직 아이가 있다. 서둘러 따라 나가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을 가득 남기고 돌아온다.
첫눈 소식을 알리려고 손전화로 나와 아이들이 찍은 사진 몇 장을 업로드했다. 몇 장의 사진을 나눴을 뿐인데 참 다채로운 마음들이 오고 간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서로를 향한 따스한 문자들이 오고 간다. 참 신기한 세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현실이며 그때는 이뤄지리라 예상했던 일들은 여전히 먼 미래에 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먼 훗날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을 것이 있다. 계절은 변하고 시간은 흐르며 그 안에 나와 우리가 이렇게 함께 지낼 거라는 점. 그들이 있음이 내게 커다란 행운이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