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 일기 175thDay
싹둑…
누군가 나의 시간을 베어 간 듯. 밤이 된다.
마애 시에서 같이 쓰기로 한 시. 봄길… 쓰다가 잠을 청해야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이 계절의 시.
이 두발이 딛고 있는
시곗바늘은 봄을 향하는데
비바람은 시간을 돌리고
창밖 웃음소리의 주인들은
이곳에 있을 때가 아닌데
새봄은 결국
네 눈 안에서 피어날 테니
푸른 날갯짓으로
봄에서 기다리렴
내, 곧 갈 테 니
봄길
ㅡ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