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겠다는 생각 이전에 이미 하고 있는 일
좋아서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좋아하게 된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와 비슷한 느낌적 느낌인가?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호하지만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한결같든지, 에너자이저의 힘으로 오래가든지. 뭐든 지치지 않고 몸에 새겨가는 것에 밑줄 쫙, 별표 다섯 개는 필수다.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올라오기 전에 몸이 이미 하고 있게 만들기!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유행 따라 너도나도 하는 것들을 쫓아간다는 것은 오래가기 어렵다. 텔레비전도 안 보고, 그 흔한 가십거리에도 별 관심이 없는 터라 남들 다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관심도 없고. 같은 배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도 다른데 하물며 세상 모든 사람을 몇 가지의 유형으로 나눈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그럼에도 참 독특한 존재라. 라는 MBTI의 한 유형인 INFP를 설명해 놓은 내용들을 읽다 보면 재미를 넘어 신점을 본 듯 등골이 오싹하다. 나 자신도 몰랐던 영혼을 끌어올리는 듯하다고 할까? 오감보다는 번개 치듯 내리찍는 직감을 맹신하며, 감정에 충실하다 못해 퐁당 빠져 산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무계획이 최선이다.
망고 망고! 망해도 고! 오늘 못하면 내일이 있다. 좋은 말로는 초긍정 인간, 현실적으로 보면 참 생각 없이 산다. 이런 내게 꾸준함이란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일이 되기도 하지만,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될 수도 있다. 유연하기에 상처를 덜 받지만, 계획 세우는 건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당근과 채찍, 이 두 가지가 지금의 나로 이끌어 준 일등 공신이다. 누군가의 칭찬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물이 바로 그것들이다. 부러진 방향키를 고쳐 하나씩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한 번 죽었다. 다음 생을 기약하지 말고, 현생에서 다시 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했다. 피구 시합할 때면 사각의 라인에 숨어 있던 내가, 그나마 매일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았다. 목적을 가지고 시간을 정했다. 내 두 다리로 걷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가슴으로 사랑하다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며 독종이 되어보기로 했다. 우유부단한 내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
좋아서 하는 사람은 절대 이길 수가 없다.
오빠들을 위해 쐐기풀로 옷을 만들던 그림책 속 공주의 마음으로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운동, 식습관, 책 읽기, 글쓰기, 캘리그래피, 그림 그리기 등으로 내 하루를 촘촘히 채워 나갔다. 신기한 건 내가 원래 잘하던 것도 있지만, 정반대의 것들도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흥미가 없었던 것들이 하다 보니 즐거워졌다. 교과서나 과제 때문에 겨우 한두 권 읽던 책들이 이제는 그 어떤 놀잇감보다 큰 즐거움을 준다. 백일장 따윈 생각도 안 하고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고 뛰어놀던 내가, 글 쓰고 다듬어가는 시간을 기다린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지금도 쓰고 있지 않은가?
좋아서 하는 사람은 절대 이길 수가 없다. 누군가를 찍어 누르기 위해 시작한 것들은 아니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시간이 즐겁다. 그래서 먼 길을 다시 나선다. 그 끝에는 내가 있음을 믿으며.
망고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