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뿌리들이 맺어가는 가을, 사랑이라는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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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다른 풍경
빠른 걸음, 휴- 잔잔히 숨 고를때.
돌아보고, 홀로 가진 꿈은 낮게 가라앉고
끌어안아, 다정하게 우리로… 가을
흩어진 뿌리들이 살을 받으며 열렬히 뻗어나 자라고,
오르고 오르니 엉뚱하고, 엉키고 뒤엉켜 낯설다.
엮이고 서로 묶음이 되는 몸부림으로,
몸으로 증명하고 그림자로 남겨진 지난 계절.
뜨거움속에 재가 될지언정
빛의 언저리에서 물방울로 흩어지진 않으리라 다짐하며.
눈으로 보이거나 만져지는, 촉감의 그런것들이 중요치 않다.
계절이 넘겨진 달력에 그려진 곡식의 낱알처럼
작은 한알이어도 충분하다.
여기저기 끝까지, 끝이 아닌 시작으로 펼쳐진
우리가 품고 있는 너른 판에 드리워진 햇살은 짧아지고,
길어져가는 바람에는 막 뜸 들이는 부엌의 은은함이 걸쳐있고,
바스라지는 낙엽더미 속에는 우리의 여름이 새겨져있어,
흩어져가는 기억들을 식어가는 흙속에 묻어두면
언젠가 돌아오는 이 계절의 시장골목에서
날은 저물어도 피어오르는 구수한 밤 냄새
쌉싸래한 은행 밟는 냄새가 우리에게 묻어나
보이는 것이 모든것이 아님을 알아간다.
몸에 스며있던 향, 감촉, 소리… 따스해 그리운 다정함
손때가 그득 묻어있는 가을이라는 바구니,
꺼내 슥 닦아 배어물면 아삭 향긋한 잇자국에
나는 감히 사랑이라는 낱말을 붙여본다.
솔직히 익어가는 마음이란 건
네 안에 남는 흔적이니까
… .. 결국, 남겨진 나날들은 함께 살아갈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