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게 부치는 편지_ 떨어지는 것들의 시작

가을은, 끝에서 다시 피어난다

by 화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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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낮은 현의 떨림입니다.

문득 가을입니다.

이 계절만큼 우리 그림자 밑으로 서서히 번져와,

마침내 찰나로 가슴을 적시는 순간이 있을까요?

문득 바라봅니다.

옛날처럼 웃고 있어, 타들어가는 잎에 남은 숨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다시 돌아봅니다.

이 계절은 그럼에도 우리에게 남겨놓았습니다.

텅 빈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온기를.


감정이 모여 북적거리는 가을의 밤,

서로의 모난 날이 다듬어지고 깊어져가는 마음을 하늘로 띄우는 마주함

어리석게 보일지 모르는 사랑.

바스락거리며 흩날린 결실들이 발아래 고여,

달빛에 비쳐 우리의 가슴에 숨을 불어넣습니다.

그림자를 타고 올라와 속삭입니다.

벅차올라 터질 듯한 눈물은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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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


오래된 마음이 가르치는 순간처럼 반짝입니다.

떨어진다는 건, 어쩌면 새로운 시작일지 몰라요.

매일 밤 우연히 펼친 빈 페이지가 별처럼 반짝입니다.


책상 위 굴러다니던 펜이 이리저리 흩어진 책 앞에서 멈춥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 서늘한 계절 속에서

오히려 다시 타오르려는 당신의 의지를 긁어냅니다.

무심코 펼친 책사이에서 떨어진 낙엽 한 장,

그 사이를 의미하는 낱자들의 조합이 수평선처럼 펼치며 삶의 순간을 조형합니다.


너무 늦은 때란, 어쩌면 소란스러운 먼지들을 털어낼 기회일지도 몰라요.

모든 곳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여문 자리에서 읽고, 내게로 오고, 서로를 바라봄에 새겨집니다.

엉키어 생각에 머물다 소리가 되고, 또 다른 활자가 되어 당신에게로 갑니다.

그렇게 지평은 넓어지고,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습니다.

결실이 됩니다. 가을이 주는 결실은,

몸이 되고 생각으로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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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이별하러 가는 밤의 별은 더 빛나고, 달은 환히 차오릅니다.

낡은 냄새 진한 머그컵을 바람이 스쳐갑니다.

커피 자국이 펼쳐진 책장이 바스락거리며,

그을린 이 계절을 사각의 프레임 안에 담습니다.

저무는 햇살이 우리의 등을 타고 올라와 어깨에 앉았습니다.

가을의 낮은 현이 멈춰 선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로 마주합니다.

여전히 삶의 이유가 되어줍니다.

당신이 함께여서 감사합니다.

그 흔한 말로 계절을 넘어갑니다.

그렇지만, 이 가을은 길어져가는 노을의 문장으로 내게 남아…


월, 화, 수, 목,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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