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건네는 겨울의 맥박
무채색으로 깊어가는 계절, 내민 숨마저 얼어붙는 시간
겨울은 어쩌면 막막한 그리움이 짙어지는 계절일지도 모릅니다.
외로운 구덩이 속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손이 검붉어집니다.
심장이 흘리는 길고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차가운 교실, 주인 잃은 책상에 걸터앉아 시선을 밖으로 향하면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살아내겠다는 치열한 아우성이 회색의 조화 속에서 꺾여갈 때,
비로소 세상의 소리가 아닌 내 안의 소리가 들립니다.
홀로 맞은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겨울에야 비로소 귀가 열립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늘을 향한 나뭇가지들 아래 서면,
낮은 자리 아래에서 작은 손톱들이 나를 긁어옵니다.
새 숨이 시작됩니다.
바람마저 멈춘 듯 세상을 뒤흔들 때,
저 산 너머에서는 주머니 속 손을 꺼냅니다.
계절의 끝이며 동시에 모든 시작이 움트는 여백입니다.
늘어지는 저녁 그림자가 오늘의 주인이 됩니다.
보이지 않는 발자취를 따라 걷는 여행자의 손에 쥐어졌던 무엇이 더 아려오는 겨울.
차가움 안에서 오히려 더 뜨거워가는 우리.
혼자이기에 언제나 기꺼이 ‘우리’가 되며,
당신의 뒷모습에 맺힐 눈방울마저 기꺼이 다가가 털어줄 나임을.
모든 끝에 함께한 누군가의 손이 나의 것이기도, 당신의 것이기도 하기에,
침묵 속에서 서로의 길을 오가며 멈춘 시간 속에서 듣고, 기다리고, 새 숨을 내밀게 됩니다.
흐드러지게 핀 눈꽃이 결국 바다를 건너게 되듯,
우리는 새 봄으로 그렇게 만나게 될 거니까요.
얼음 밑에서도 물은 흐르고,
침묵 속에서도 마음은 자랍니다.
겨울은 잔잔히 나를 토닥이며 일으킵니다.
여물어가는 우리의 앞은 다시 밝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