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지리며 걷고 있네요

한걸음, 또 한걸음. 힘내세요.

by 화몽

지금을 지리며 걷고 있네요


화花몽梦

허리띠 밑에 찡겨달린 내 두발로 걷는다는 것
차마 서슬 파란 건널목 너머에 서있는 여벌의 나에게
발끝에 끼어 달려 탈랑탈랑거리는 그림자를
​오후 3시의 고양이 수염마냥 늘어뜨려
그 손끝이 닿을 때
기꺼운 마음 내일 다시 떠오를 뜨거운 살의 자락에
시간의 그림자를 밟아 근근이 따라가 봅니다.

여즉 질찔 끌려만가는 칠십여 번째 여름이라
복숭아뼈는 석화가 다발로 피어 아리듯 시려오지만
여전이 붙어는 있어주니 그 두 발이 오그라들며 안겨옵니다.

친구이자 정인이며 달과 해이기도 한 당신이 부쳐주신
진달래 빛 운동화 끈을 겹으로 옥죄어 봅니다.
여전히 네발로 기어가는 늦아가지만
오래전 그 봄, 우리의 꽃밭에서 밟았던 걸음으로
다시 당신께 엄지발가락을 모아 걸어갈 수 있겠지요.

가을과 겨울을 넘어 다시 오는 지금엔
파아란 그림자위로 무지개가 어른거리며 휘 저어 튕겨지겠지요
약속해요.
기꺼이 내게로 내가 네게로
내 흥에겨워 그기 서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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