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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닷새 Aug 03. 2023

이제야 확진되었습니다

우리가족 첫 코로나 확진

슈퍼 면역자인 줄 알았건만


 COVID-19가 창궐하고 거의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와 우리 가족은 아무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극초반에는 정말 정말 조심하느라 집 밖으로 나가질 않았다. 여행은 물론이거니와 외식도 최대한 자제했고, 어쩔 수 없이 나가서 먹어야 하는 날이면 음식을 먹을 때만 마스크를 벗었다. 차에 손 소독제를 항상 비치해서 오며 가며 손을 닦았고 작은 소독제도 가방에 구비하며 다녔다.


 그리고 점차 코로나가 흔해지고 걱정과 불안이 조금씩 사그라들 즈음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 취업한 나는 회사에 폐를 끼칠 수 없어 조심 또 조심했지만 엄마, 아빠, 오빠는 맘 편히 지냈다. 친척언니의 부고를 듣고 마스크를 낄 새도 없이 이모, 이모부와 함께 펑펑 울고 왔을 때에도 우리 가족은 멀쩡했다. 오빠는 확진자와 밥을 같이 먹었는데 어떠한 증상도 없었고 검사 결과도 음성이 나왔다. 이러한 일이 하나 둘 겹쳐지니 안 걸릴 것이라는 이유 모를 자신감과 함께 마음이 해이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다니는 것을 보고 우리도 훌러덩 벗어버리기 시작했다. 사실은 한 번도 걸린 적 없는 우리 가족은 더 조심했어야 하는 게 맞는데.




내가 코로나 확진이라고?


원더박스 내 게임부스. 이 때까진 좋았지.

 지난주 토요일, 친구들과 함께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의 원더박스를 방문했다. 놀이공원 테마라던 그곳은 생각보다 굉장히 크고 넓은, 아주 잘 꾸며진 공간이었지만 사람이 그야말로 바글바글했다. 99% 정도가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었는데, 그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다. 내심 불안해서 나라도 써야 하나 잠깐 생각이 스쳤지만, 친구들도 쓰라고 강요할 수도 없으니 돌아오는 차에서 다 같이 떠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래도 이때 썼어야 했다...!


 그렇게 월요일이 되었고 갑자기 목이 칼칼한 게 감기기운이 느껴졌다. 마침 일요일 저녁에 내 방에 있는 시스템 에어컨을 켜고 잔 터라 냉방병 혹은 감기에 걸린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기침을 콜록콜록 해대며 퇴근했는데 자가키트라도 해보라는 엄마의 말씀에 집에 돌아와 검사를 해보았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 이후로 더욱 마음 놓고 엄마, 아빠의 간호를 받았고 화요일에는 회사 사람들에게 감기를 옮길 수 없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같이 밥을 먹자는 영업팀 사람들의 제안도 감기 걸려서 안될 것 같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이때의 나에게 칭찬 오백 번을 해주고 싶다. 솔직히 이 날 마감만 아니었으면 조퇴하고 싶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특히 무릎 관절이 욱신거려서 그저 침대에 힘을 쭉 빼고 누워있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이때 코로나인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리고 어제 수요일. 새벽 내내 펄펄 끓는 열 때문에 고생하다가 아침에는 좀 나아진 것 같아 다시 느릿느릿 출근했다. 열과 두통이 좀 나아지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도무지 안 되겠어서 안과에 간다는 회계팀 과장님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확인서를 받고도 믿기지 않는 확진 결과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 검사를 먼저 하자고 했는데 이미 음성이 나왔다고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확실히 검사해 보라는 엄마 말씀이 떠올라 잠자코 있었다. 설마 양성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떨리던 대기 시간이 지난 후 키트를 확인한 의사 선생님은, "아이고... 양성이네요. 하하"라고 말했다.




대역죄인이 되었다


 일단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철석같이 감기인 줄로만 알고 있어서 엄마랑 아빠가 시도 때도 없이 내 방을 들락거리셨기 때문이다. 열이 떨어졌는데 체크하고 또 체크하며 밀착(?) 간호를 해주셨다. 다음으로는 회사에 뭐라고 이야기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옮았으면 어떡하지 싶은 걱정에 두뇌 회로가 돌아가질 않았다.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이야기해 출근하던 오빠를 귀가시켰다. 회사에는 상무님께 조용히 말씀드리고 후다닥 짐을 챙겨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관절이 아팠던 것과 열이 펄펄 끓었던 것, 목이 칼칼하고 기침이 계속 나왔던 것 등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진즉 병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받을걸 하는 후회와 함께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집으로 돌아온 후 점심까지는 그래도 나 혼자 사식을 먹듯 끼니를 해결했는데 저녁이 되니 아빠도 점점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우리 집안의 대역죄인이 되었다. 지금까지 잘 버텼는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엄마는 이미 밀접 접촉했으니 그냥 편하게 지내라고 하셨고, 크게 효과는 없을 듯 하지만 가까이에 있을 때는 마스크를 끼는 식으로 생활 중이다.


 나는 이제 대부분의 증상이 나았지만 오늘부터는 목이 찢어지듯 아프기 시작했다. 왜 칼날을 삼키는 느낌이라고 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바이러스가 대체 어쩌다 발생한 건지 원망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직 생각보다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듯하니 언론에서 확진자 급증에 대한 심각성과 함께 대처하는 방법을 보도했으면 좋겠다. 특히 생활지원비나 격리기간, 증상에 따른 약 처방 등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처음 확진을 받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잘 쓰고 손을 잘 닦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나 역시 이번에 완치가 되면 설령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있더라도 잊지 않고 꼭꼭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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