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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닷새 Sep 19. 2023

모든 취준생에게

나의 취업 이야기


 나는 지난 2022년 3월, 작은 아버지 지인 분의 추천으로 회사에 입사한 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2018년 2월에 졸업해 약 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스물아홉(요즘 나이 스물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4년 간 내 생활은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오리 같았다. 분명 끊임없이 무언가 하고 또 했는데 그토록 원하는 합격이란 두 글자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높은 점수의 토익, 컴활과 한국사, 포토샵 자격증을 따고 인턴 경험도 해보고 심지어 건축 디자인으로 진로도 변경해 보았지만 모두 어긋나고 말았다.


 이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위와의 비교였다. 주위 취준생이라고는 나 혼자였던 때. 평일에는 직장에 대해 불평하고 주말에는 잠잠한 친구들의 카톡을 보며 마음이 많이 쓰렸다. 그리고 혼자 꼬일 대로 꼬인 마음을 갖기 시작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불만이 생겼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속상해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도 '그런 대우라도 받을 수 있으니 부럽다'라고 생각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 베베 꼬인 심사는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사람들 사이에서 바쁘게 살았던 때에는 눈에 띄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던 공무원 준비 시절에 가장 심했다. 공부하는 중간중간 벽만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지니 과거의 일부터, 현재, 미래까지 별의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결국 그런 내가 너무 못나게 느껴져 카카오톡을 지우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얼마 뒤 한 회사에 추천을 받았는데, 당시 사장님께서 이미 내정자가 있어 경력도 없는 내 면접은 취소할까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미안하니 일단 큰 기대 없이 면접을 진행했는데 내 태도와 답변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결국 나를 선택하셨다고 했다.





나에게 귀 기울이기 


 이 모든 경험을 겪은 후 느낀 것은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도 합격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아직 기회가 오지 않은 것이고 단지 그 회사와 맞지 않았던 것뿐이다. 인연이 아니었고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질문을 미리 대비했던 회사에서 떨어지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경험 삼아 본 곳에서 합격 연락이 오기도 한다. 내가 그랬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대충 예의만 차리고 오자는 생각으로 참석했지만,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으니 진솔한 대답들이 술술 나왔고 그 점이 좋게 작용했다.


 따라서 각자 그 기회가 올 때까지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조금은 편안히 가지고, 나처럼 주위의 사소한 변화와 말들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건강한 정신으로 언젠가 다가올 기회를 꼭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끝맺음


 오늘 이 글이 '저 일자리 하나만 주세요' 시리즈의 마지막으로서 나머지 9개의 글을 아우르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혹은 지금도 걷고 있는 분들에게 잠시나마 숨을 내뱉을 수 있는 글을 전하고 싶어 시작한 게 브런치스토리, 그중에서도 이 시리즈다.


 아무리 노력해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없고 나를 뺀 주위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하는 것 같을 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독자분들이 이 글들을 발판 삼아 훗날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쓰다듬어 주기를, 이미 겪은 분들에겐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와 마음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첫 브런치 글이자 시리즈로서 아쉬운 점이 많아 과연 이 바람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을지 알 수 없지만 단 한 분이라도 위로를 받으셨다면 그걸로 그저 충분하다.


 모든 취준생분들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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