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이후 글을 쓰지 못했다.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써야지, 써야지 하는 마음에 참 자주 들락거렸고 틈틈이 글감도 정리해 작가에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주저했던 이유는 당분간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서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글'이란 구성이 뛰어나고 스토리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좋은 영향을 끼치는 글이다. 갈피를 잘못 잡은 듯하다. 회사-집-회사-집의 루틴에서 내게 가장 다사다난하고 변화무쌍한 곳은 단연코 회사다. 심지어 그저 그런 회사가 아닌 입이 떡 벌어지는 상상초월의 일들이 쏟아지는 회사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로 쓸거리가 무궁무진할 것이라 생각한 나는 새 브런치 매거진의 주제를 회사로 정했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러나 회사에 불만을 잔뜩 가진 채, 또 실제로 그럴 수밖에 없는 일들만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주제를 정한 게 문제였던 듯하다. 그렇게 매거진에 두 개의 글을 쓴 후 새로운 글을 서랍에 완성해 놓고 끝내 한 달이 넘도록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한 것은 글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부정적인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졌다. 내가 겪은 일을 쓰는데 어느새 읽어보면 불만 토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글이 되어버렸다. 일기장에 조용히 혼자 쓰고 삭여도 충분한 글을 많은 분들에게 보이며 부정적인 기운을 퍼뜨리는 것 같았다. 공감을 통해 어딘가 나와 같은 걱정거리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는데, 내 글이 그저 개인적인 화풀이로 느껴졌다.
그렇다면 회사나 사회생활, 현재 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한 발짝 뒤에 서서 무미건조하게 혹은 긍정적으로 바라본 글을 번갈아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그런 글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이 깊어지니 점점 글을 쓸 자신이 없어졌고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이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일단 되는 데까지 불평하고 불만을 토로해 볼 생각이다. 그런 내 글을 한 분이라도 읽어 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또 그러다 보면 언젠가 회사에서도 기분 좋은 일화가 생기고, 긍정적인 깨달음을 얻어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