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 만나는 날이다. 작년 10월인가 11월에 만난 이후로 딱히 소식이 없었던 친구.
4월 초쯤 친구가 카톡으로 사우디로 발령 났다며 가기 전에 만나자고 하였다. 헉, 이럴 수가.
나는 걱정 반, 놀라움 반의 심정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인종도 언어도 음식도 종교도 모든 게 다른 나라. 그곳으로 외화벌이 하러 가는 친구.. 최근 뉴스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미사일 보복으로 중동전쟁이 고조되고 있기에 더욱 걱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아닌 사우디라는 모든 것이 다른 새로운 곳에서의 느끼는 새로운 경험들. 그것들이 인생에서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라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반(半) 들기도 했다.
만나기로 한 합정역 근처 어느 이자카야.
가게 앞을 가보니 이제 팻말을 내놓고 있어 네이버 지도로 살펴보니 오후 6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지금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50분. 아직 친구가 안 왔기에 나는 모바일 게임을 딸각거리다가 가게 문 앞에 오픈 팻말을 걸어 놓은 것을 확인하고 미리 들어갔다. 4인용 식탁에 앉아 미리 놓아져 있던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다. 마침 그 시간에 친구도 도착했다. 우리는 치킨 가라아게와 2인용 사시미, 그리고 하이볼을 주문했다. 치킨 가라에게 먹는데 소스가 3가지였다. 셋 다 정확하게 소스 이름이 기억은 안 나는데 어느 소스를 찍어도 맛있었다. 가라아게 속살이 매우 부드러웠다. 사시미는 메뉴판 그림과 달리 생각보다 양이 적었고 가격이 비쌌기에 친구와 함께 아쉬움을 토로했다. 개인적으론 연어살이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서비스로 소라 같은 어패류와 함께 초고추장을 주셨다. 하이볼은 레몬 하이볼을 생각하고 골랐는데 그 이자카야만 쓰는 따로 술을 써서 만든 것이라서 사실 하이볼 이라기보다는 알코올 농도가 약한 잭다니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친구와 하이볼을 짠 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사우디는 언제까지 체류하는 건지, 좀 더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였다.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힘쓰는 일도 아니고,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사우디는 1년 반 정도 있을 거고, 연장되면 3년 정도 있게 될 거라고 하였다. 그래도 5년~10년 쭉 체류하는 것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친구에게 일주일 후에 일본 여행을 간다고 말했다. 친구는 부럽다라고 하며 예전부터 여행을 좋아했기에 다양한 나라를 자주 오고 갔다고 하였다. 최근에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다녀왔다고 한다. 게임 문명으로만 봤던 거대하고 웅장한 헝가리의 국회의사당! 그곳을 봤는지 물어봤더니 가까이 까지는 아니고 멀리서 봤는데 정말 멋있었다고 한다. 슬로바키아는 그냥 시골 같은 느낌이라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고 했다. 나는 원래 2019년도 초에 일본 여행 가기로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갔다고 하였다. 친구는 되게 오래 딜레이 되었다며, 시간 날 때 여행 자주 가서 기분 충전도 하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라고 말했다.
그 이후론 서로 개드립을 오고 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친구는 '사우디 왕족 여자와 결혼해서 인생 역전 할 거다' 한다던지, 나는 (여자) 아이들 미연의 인스타 사진을 보며 '인사해 내 아내야' 라던지 말이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1차를 마무리하고, 2차를 어디로 갈지 정하기로 했다. 친구는 홍대 졸업생이라서 이곳 주변을 생각보다 잘 알 줄 알았는데 수업 끝나면 바로 집 갔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잘 모른다고 말했다. 마침 오늘 회사 동료 2명이 홍대 간다고 했었는데 전화하면 받지 않을까 싶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동료는 지금 샤오룽바오라는 만두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거 먹고 2차로 카페 갈 거라고 했다. 오케이 하고 2차 갈 곳을 찾다가 있다면 그곳으로 가면 될 것 같아서 친구에게 같이 갈지 물어봤다. 그래 라며 그들이 가고자 하는 카페의 주소를 확인하고 움직였다.
경의선 숲길 공원 쪽, 3층에 있는 어느 카페.
그곳은 북적이지 않고, 적당하게 사람이 있어서 떠들기 좋았다. 우리 4명은 크로플과 초코 곰돌이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주문했다. 초코 곰돌이 아이스크림은 사지분해 하며 해체식을 가졌다. 쫀득한 초코의 맛이 인상적이었다. 맛없는 초코 먹으면 굉장히 혀가 텁텁하고 목이 안 좋은데 이건 정말 맛있었다. 마치 좀 더 정성이 들어간 초코퍼지 먹는 듯한 쫀득함이었다. 크로플과 위에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으니 적당한 맛이었다. 그리고 카페 사장님이 서비스로 딸기 아이스크림 주는데 정말 정말 맛있었다. 금방 녹아버려 후딱 떠먹었다.
4명의 분위기가 좀 어색할 것 같아 걱정했다.
서로 통성명 후 MBTI를 물어보며 어느 정도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였다. 그러다가 서로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MZ세대가 갖고 있는 비슷한 생각들이었다. 동료 1은 결혼 준비 하고 있다며 결혼 입주 할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하였다. 이번 주말에 본집 가서 가구들을 옮겨야 한다며 벌써부터 푹푹 쉬는 소리를 냈다. 동료 2는 30살 되기 전에 이성을 못 만난다면 혼자 살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40살 될 때까지 이성이 없으면 혼자 살겠다고 첨언했다. 여자와 남자와의 나이는 다르다며 30대 되면 진짜 결혼 못 할거 같다며 곡소리 냈다. 그 후론 회사에서는 가면을 쓰자, 선행의 중요성, 자신의 단점을 아는 것과 극복하기 등등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밤은 무르익었다. 친구가 처음엔 조금은 얼어 있는 것 같았으나 다행히도 분위기에 잘 적응해나갔다.
그렇게 떠들다 보니 어느덧 밤 10시가 되었다.
홍대 지하철로 들어가 양쪽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친구에게 카톡으로 어색하지는 않았지라고 물어보니 동료분들이 편하게 대해줘서 즐거웠다라고 답장이 왔다. 오늘 하루 뭔가 뿌듯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