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다
최근 충코의 철학 유튜브 채널에 안락사는 정당한가? 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었다.
인간의 불치병으로 고통의 과정에서 끔찍하게 죽는 것보다는 안락사를 통해 편안한 죽음이 특정 나라에서는 가능한 시대.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나뉘는데 이 글의 주요 내용이 아님으로 더 자세하게 적지 않겠다. 결론적으로 안락사가 선택이 가능하냐, 법제화가 되냐에 관련된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이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인간 개인의 생명권에 대해 쉽사리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벨러먼이라는 철학자는 <죽을 권리에 반하여> 라는 논문을 통해 선택권이 개인을 위협하고 있다 주장한다.
선택이 주어짐에 따라 인간은 편안함과 자유를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압박감을 주어 인간이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불치병인 환자가 안락사라는 선택을 통해 자율적으로 본인의 생명권을 유지할 거냐 포기할 거냐를 고르는 것이 아닌 오히려 선택권이 생김에 따라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는 이야기.
예를 들어 노조와 회사가 협상하는 과정 속에서 노조 위원장이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받았다고 한다면 그는 여러 가지 행동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고, 회사의 요구에 따라 노동자들을 설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는 이런 여러 가지 선택 옵션을 가졌다는 점을 이용해서 그가 협상 테이블에서 회사에 이득이 되는 행동을 선택하도록 꼬시거나 압박할 것이다.
반대로 노조 위원장이 선택권 없이 무조건 노조가 원하는 제안만 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회사는 노조 위원장이 선택권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를 이용해 회사 측에 이익을 높이려 시도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협상에서 노조 위원장은 더 강경하게 노조 측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 위원장은 풍부한 선택권이 있을 때보다는 행동이 제한될 때 노조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결과가 발생된다.
다른 예시로 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고 금고 비밀번호를 안다고 가정해 보자.
아르바이트생이 금고 비밀번호를 아는 경우, 금고 비밀번호를 모를 때 보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금고를 열어 볼 수도 있고, 열지 않을 수도 있다. 금고를 열었다면 금고 안에 돈을 빼서 도망갈 수도 있고, 돈만 확인하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만약 강도가 아르바이트생이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면 총을 들고 금고를 열라고 협박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금고 비밀번호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면 이런 나쁜 일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정보에 대해 알 때보다 모를 때가 더 이득일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은 인터넷이 발전된 나라로 수많은 정보들을 하루에 수십 수백 개를 접한다.
궁금한 게 있으면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인터넷에 검색 한번 딸깍 하는 게 더 빠르게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이 되었다. 거기에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정보를 얻는 속도가 컴퓨터만 있던 시절보다 가속화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모르는 정보를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정보의 과잉으로 인해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가짜뉴스 생성으로 진짜인 줄 알았던 정보가 거짓으로 판명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간이 정보에 대해 제한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던 구시대의 경우에는 '아는 것이 힘'이 맞았으나 지금은 '모르는 게 약'이 현대 인간사회에 더 적합하다고 느껴진다. 너무 많이 알아서 좋을 게 없는 시대. 외부의 정보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터넷만이 아닌 책 같은 문헌 자료들을 살펴봐야 하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물론 고전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은 말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시대상과 현 시대상은 분명 다를 것이니. 그러나 가짜 정보가 들어가 있을 확률은 인터넷보다는 적다.
개인적으로 현 젊은 세대가 연애, 결혼, 출산에 관심도가 줄어든 이유는 인터넷 때문이라 생각한다.
1인 가구 증가 및 개인주의 사회가 된 이유도 있지만, 인터넷에는 손쉽게 다양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연애하면 성관계를 해야 하고, 감정소비로 인해 내가 손해다' '결혼하면 애를 낳으니 여자가 손해다' '출산하면 여자는 육아에 전념해야 하니 손해다' 이런 글들을 보며 연애, 결혼, 출산에서 오는 긍정적인 이유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남녀들은 지례짐작 겁을 먹고 행동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비연애, 비혼, 비출산을 선언한다 라며...
만약 개인들에게 연애, 결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로 정보를 제한하고,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인간이라면 연애, 결혼, 출산은 해야 한다" 라고 정부가 강제로 지정한다면 선택권이 없으니 이 행동에 대해 따라올 것이다.
"선택의 역설 시대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