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사라진 시대의 침묵
"요즘 어때?"
라는 질문을 받으면
본능처럼 대답하게 된다.
“그냥, 뭐… 버티고 있지.”
사실은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다.
‘솔직히 좀 많이 지쳤어.’
‘하루하루가 버겁고, 나도 내가 안쓰러워.’
하지만 그 말은
목구멍에서만 맴돌다 사라진다.
말해도 달라지는 게 없을 거란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감정을 말한다는 건
상대가 그 말을 받아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믿음이 점점 희미해진다.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진심으로 들어줄까?’
‘말해봤자 대충 넘기지 않을까?’
‘혹시 내가 약한 사람처럼 보일까?’
그렇게 감정은
말보다 생각으로, 생각보다 침묵으로 흘러내린다.
한 번은 정말로 힘든 날,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야… 나 좀 요즘 힘들다.”
답장은 3시간 뒤에 왔다.
“야ㅋㅋㅋ 인생 그런 거지. 나도 요즘 똑같아.”
웃으며 쓴 것 같은 문장이었지만,
그날의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더 외로워졌다.
내 고통이 대화의 출발점이 아니라, 그냥 비교 대상으로 쓰였다는 느낌.
그 이후로,
나는 감정을 꺼내는 걸 더 조심하게 됐다.
어쩌면… 내 마음은 불편한 진심이고,
그 사람은 그걸 감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건 안으로 더 깊숙이 가라앉는다.
우리는 점점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왜냐하면 말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 시대는 말한다.
“요즘 다들 힘들어.”
“그건 누구나 겪는 일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공감 대신 조언하고,
위로 대신 판단한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침묵하는 법을 배운다.
말하지 않으면,
어쨌든 관계는 유지되니까.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건 아니다.
감정을 말하지 않는 나날이 쌓일수록
나는 내 감정과도 멀어지고 있다.
"요즘 어때?"라는 질문에
정말로 ‘지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지금 내 곁엔
그 한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