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영화관 안, 조금씩 가까워지는 마음
“이번 주말에 영화 볼래?”
준식이 그렇게 말했다.
은정은 당연히 **'무슨 영화?'**부터 물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잠시 웃더니
“그래, 좋아”라고 답했다.
그건 처음이었다.
둘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난 뒤
처음 나서는 '데이트'라는 것을
조금 의식하게 된 하루였다.
—
토요일 오후 2시,
신림 근처 작은 영화관.
멀티플렉스보다는 작고 조용한,
옛 감성의 극장이었다.
팝콘 냄새보다
카펫에 밴 먼지 냄새가 더 진했지만
어쩐지 그 분위기가
오늘만은 더 어울렸다.
표를 끊고,
좌석에 앉았다.
가운데 열, 나란히 두 자리.
“…뭔가 어색하다.”
“왜? 우리 영화 보는 거 처음이야?”
은정이 웃었다.
“생각해보니까, 너랑 영화관 오는 게 처음이네.”
“우리가 그렇게 오래 봤는데도 말이지.”
“그러니까.
이상하게 새로운 느낌이야.”
—
스크린이 켜지고,
불이 꺼졌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작은 팔걸이 하나.
은정은 가방을 무릎에 올려놨고,
준식은 손을 가만히 허벅지 위에 올려놨다.
영화는 조용히 흘러갔다.
잔잔한 멜로 드라마였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끝없이 기다리다가
어느 날 편지를 받게 되는 이야기.
영화가 감정을 끌어올릴수록,
은정의 어깨는 조금씩 숙여졌고,
준식은 가만히 그녀의 손등을 바라봤다.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조금 후,
은정이 천천히 팔걸이 위로 손을 옮겼다.
준식은 그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손이 닿는 순간,
둘은 동시에 스크린이 아닌
서로를 느꼈다.
영화는 계속 흘렀지만
준식의 눈엔
자막보다
그녀의 숨결이 더 선명히 들어왔다.
—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다.
둘은 여전히 아무 말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
준식이 말했다.
“좋은 영화였어.”
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오늘은 영화보다
너랑 있어서 더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