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바이올렛은 전쟁고아로 어느 군인에게 거두어져 도구로서 사용된다. 그저 살육을 위한 기계. 전쟁 속에서 무참하게 적군을 학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지막 작전이라고 생각했던 날. 바이올렛은 생명의 의미를 준 소중한 사람 길베르트를 적군의 총알에 떠나보내야만 했다. 바이올렛은 길베르트를 지키지 못했고 혼자 살아남았다. 길베르트의 군대 동기인 하진스 중령이 바이올렛을 거두고 자신이 차린 CH우편국의 직원으로 고용한다. 그곳에는 자동 수기 인형이라는 이른바 대필작가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이올렛이 이 일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감정이 없는 바이올렛에게 우편국 직원들이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바이올렛은 사랑을 알기 위해서 자동 수기 인형을 자원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그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 라는 말을 꽤 하는 편이다. 말과 글자의 차이점 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휘발되지만 글자는 적어 놓고 버리지 않는 이상 오랜 시간 남는다. 편지에는 깊은 내면에서 나오는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아름다운 단어로 만들고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이게 말이 쉽지 그런 내공이 나오려면 많은 단어들을 알아야 하며 그것을 어떻게 잘 조합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대필작가는 개개인의 감정을 끌어내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저마다 보내고 싶은 편지의 내용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자신의 약점을 들추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꾸며내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한점 부끄러움 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오롯이 편지에 작성하고, 누군가는 죽지 않고 있어 줘서 고맙다는 표현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
전쟁이라는 공포와 상실 속에서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사랑은 원초적인 것이다. 인간이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연애하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다. 그것이 수백수천 년 동안 이뤄져서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감정이 없던 소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고 고뇌하고 눈물을 흘리고 감정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잔혹하면서 아름답게 표현된다. 눈물샘 쏙 빼게 만들어준 아주 고마운 작품이다.
현재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 일자리는 점점 기계에게 빼앗기고 있고, 웃음보다 분노가 많아진 사회, PTSD, ADHD가 증가하고 있고, 인간관계 단절과 우울증에 정신과에 가는 사람들이 옛 세대에 비해 매우 많아졌고, 도전보다 포기를 먼저 배우는 젊은이들, 도움과 헌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회,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안타까운 시대이다. 감정을 잃은 인간은 돈이 계급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저 돈의 노예가 되어 돈만 주면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라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빠진 돈미새들과 나만 잘살면 되지!라는 이기주의와 집단주의와 내로남불. 깊은 인간관계보다는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인스턴트 인간관계만이 점점 늘어나는 사회. 자동화되고 기계화된 사회에 적응된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인내심이 너무나 바닥을 기고 참을성이 없고, 분명 겉으로는 어른이지만 애처럼 울고 떼쓰기에 바쁘다. 내가 원하던 시간에 택배가 오지 않으면 화내고 분노해야 하는 게 당연한 듯 여겨지는 사회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에서 벗어나 사람 냄새가 나는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 그 해답은 글로 전달하는 편지에 있다고 본다.
만약 당신이 편지를 쓴다면 A4용지 규격의 워드 오피스를 켜서 쓴 차가운 편지보다, 비록 악필일지라도 만년필로 끄적끄적 적은 편지가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더 의미 있고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편지다.
오늘 밤, 거짓 없는 순수한 마음을 담은 감정을 소중한 사람에게 만년필로 편지를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