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초등학교 4학년의 이야기

by Dㅠ

6월 4일 화요일 20:30분
한일 월드컵 D조 대한민국과 폴란드의 조별리그 첫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한일 공동 개최로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경기를 보는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초여름을 받아 드리기 전, 시원한 물이 있는 한강으로 가서 경기를 보기로 했다. 마포대교 밑에 큰 스크린이 있었고 많은 가족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전 슈퍼로 가서 왕뚜껑 3개를 사고 뜨끈한 물을 받고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후루룩 쩝쩝, 한강에서 처음 먹는 라면은 집에서 먹는 라면이랑 맛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폴란드의 애국가가 연주된 후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나올 때 모든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 1절을 불렀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나는 조금 어리둥절 하긴 했지만 엄마와 누나를 따라서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같이 불렀다.

선수들끼리 악수를 하고 킥오프가 시작되었다.
치열한 공방전, 총만 없을 뿐이지 그곳은 전쟁터와 다를 바 없었다. 오롯이 공 하나에 집중하여 뺏고 빼앗기고 골을 넣는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행위. 선수들은 전력을 다해 쫒아간다. 쫒아가서 공을 찾고 골키퍼를 뚫고 골망을 가른다. 그것이 축구의 본질

유치원 다닐 때, 아빠 따라서 효창운동장으로 가서 직접 아마추어 축구를 보면서 라면 끓여 먹으면서 관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비록 지금은 아빠가 일 때문에 같이 관람하지는 못하지만 엄마와 누나가 함께 있었기에 아빠의 부재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반 25분, 이을용 선수의 왼발 크로스를 정확하게 황선홍 선수가 발리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1:0으로 선취점을 따내며 순조로운 승리의 신호탄이었다.

골이 들어가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오늘 처음 보는 일면식 없던 옆사람을 껴앉는다. 이것이 즐겁다는 감정인 걸까. 대한민국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 그 희열과 기쁨이 마치 내 행복인 것처럼 모든 국민들이 흐느꼈다.

그렇게 치열하게 전반전이 종료되고 하프타임에 들어갔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시원한 한강물에 전반전에 올라왔던 열기를 손발을 담그며 천천히 식혔다.

다시 돗자리로 돌아와서 후반전을 관전하였다.
후반 53분, 폴란드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얻고 빠른 패스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고 유상철 선수의 빠르고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골키퍼 손을 스치며 골이 들어갔다.

사실상 승리에 가까워진 골이 들어가면서 다시 앉아 있던 가족들이 일어나서 일면식 없는 사람들끼리 부둥켜 껴앉고 기립박수를 친다.

2:0을 완성하고 승리의 여신은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준 듯하였다.
그렇게 90분의 전쟁 끝에 대한민국은 조별리그 첫 승리를 거뒀다.
축구의 종주국인 유럽을 꺾으며 한국도 월드컵이라는 세계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더 앞으로 나아가 미국, 포르투갈도 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보인 경기였다.

그렇게 즐거웠던 승리를 만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짐들을 정리하고 지하철을 타고 희망이 가득 찬 감정을 담아 집에 도착하고 행복한 꿈나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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