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ㅠ Jul 25. 2021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

다시 보는 흑역사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0-0으로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이에 각종 SNS는 냄비근성의 축구팬들이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던 와중 기성용 선수가 본인 싸이월드를 통해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던지" "답답하면 너네가 뛰어라" "너네가 한번 가서 뛰어보지 그래" 등으로 상태 메시지를 바꾸며 팬들을 비난했다. 기성용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문구를 미니홈피에서 삭제했지만 이미 기자들에 의해 기사화되어 보도된 뒤였으며, 9시 스포츠 뉴스에도 관련 내용이 올랐고 논란이 과열화 된다.


https://youtu.be/k2Osa547M9s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비화


훗날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비화를 술회한다.

본인은 이렇게 심각한 사안이 되어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자신은 그저 축구 선수 일뿐인데 그렇게 지상파 뉴스에 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그 뒤로 대한축구협회에서부터 대표팀 주장, 당시 코치였던 홍명보까지 돌아가며 쓴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기성용은 논란에 사과하였다. 구설수 감소과 이미지 관리를 위해 시즌 중에는 싸이월드와 트위터를 닫고 경기가 끝나면 열어 놓는 등 본인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내가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선수의 행동이 너무 가벼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직접적으로 축구팬들을 비하하는 것은 경솔한 언행이었다고 본다. 본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비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 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기성용 본인 생각은 "나만 당할 수는 없지" 하면서 방어기제가 표출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욕설을 듣고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라는 그의 시그니처 대사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회상해보면 기성용 선수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닌 쌍방과실로 보는 게 맞다고 본다.

언론에서는 기성용 선수만의 잘못된 언행만을 부각하 마녀사냥 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를 욕했던 수많은 댓글들은 그렇게 크게 언론에서 보여주지 않았다. 자극적인 기사만을 노리는 언론도 문제다 문제.

인터넷 상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 허용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승부 또는 패배했다고 해서 무작정 비난하고 비하하는 냄비 근성의 한국 축구팬들이 잘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전자 사회에서 익명성을 악용하여 팬들이 무지성으로 비난, 비하, 폭언 댓글을 날리는 행위는 뿌리 뽑아야 할 사회악이다.

책임지지 않는 자유는 진정한 표현의 자유라고 보기 어렵다. 누리꾼들이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클린 댓글이 더 많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퍼거슨경 오늘도 1승 추가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책 <공정한 경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