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 어떤 색으로?
기름진 음식과 각종 가공식품을 즐겨 먹는 식습관의 변화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 때문에 현대인의 질병 발병 양상은 과거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절대적인 암 진단 및 사망률 1위를 차지했던 위암 대신 대장암, 직장암 등 대장, 항문 질환의 발병률이 크게 늘었죠.
대장 및 항문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배변 시 출혈이 손꼽힙니다. 그래서 배변 중 통증을 느끼거나, 변기에 피가 비치면 대장암 같은 큰 병이 아닌지부터 우려하게 됩니다.
오늘은 배변시출혈 원인에 따른 출혈 양상과 해당 질병에 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변과 섞이지 않은 선홍색 피는 치핵이나 치열로 인한 항문 출혈을 의미합니다.
치핵이란 배변 시 항문이 충격을 받지 않게 쿠션 역할을 하는 혈관과 점막 등의 조직이 뭉쳐서 항문 바깥으로 삐져나오는 질환을 말합니다. 흔히 '치질'이라고 부르는 질환으로, 정확한 용어는 치핵입니다. 치핵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나 자각 증상 없이 출혈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치열은 딱딱하고 굵은 대변 때문에 항문관이 찢어진 상처를 뜻하며, 통증과 출혈을 동반합니다. 주로 변비 때문에 발생하며, 만성화하여 궤양이 되면 잘 낫지 않아서 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약간 검붉은 색의 피가 대변에 묻어 나오는 것은 직장암으로 인한 출혈을 의심할 수 있겠습니다.
대변이 피와 섞여 진한 검붉은색을 띨 경우, 대장 출혈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대장암으로 인한 출혈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대장암은 가족력이 있거나 선종성 용종의 가족력/과거력이 있는 경우,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이 있는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평소 채소나 과일 등 섬유질을 적게 섭취하면서 기름진 육류나 가공식품을 즐겨 드시는 식습관이 대장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손꼽히므로, 위험 인자가 있는 분들은 특히 관리에 주의하셔야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 관리 공단에서 만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대장암 검사를 시행하므로, 해당 기회를 이용해 조기 발견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가족력이 있어서 고위험군에 속하는 분들은 만 50세가 되지 않더라도 개별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미리미리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위나 십이지장 등 상부 위장관의 문제로 출혈이 생겼을 경우, 위장관을 타고 내려오며 혈액의 색깔이 변해 대변에 섞이면서 대변이 흑색을 띠는 일도 있습니다. 즉, 배변시출혈 원인에 따라 항문에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출혈일수록 선명한 붉은색에 가까우며, 살짝 어두운 붉은색이나 검붉은색, 검은색에 가까운 혈변일수록 직장, 대장, 상부 위장관으로 항문에서는 먼 곳에서 발생하는 출혈이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대변 끝에 피가 묻어 있는 경우, 혹은 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어 나오는 경우는 항문 출혈이며, 대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대변 전체에 피가 섞여 있는 경우는 대장 및 위장관 출혈로 어느 정도 판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배변시출혈 원인이 하나 이상일 수도 있는 만큼,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검진이 필수입니다.
어떤 질환이든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치료 과정도 간단해지고 예후도 좋습니다. 배변 시 출혈은 분명히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전조 증상이므로, 항문 부위의 증상이라 부끄럽다거나 '별일 아니겠지' 하는 방심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지 마시고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내원하셔서 검진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