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내시경 결과를 듣기 위해 진료실로 들어온 환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습니다.
이분은 얼마 전부터 계속해서 복통(상복부 동통)이 있고, 속이 더부룩하며 복부 팽만감과 소화불량이 있다고 했습니다.
건강이 염려되어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막상 결과에 대해 들으려니 걱정이 앞섰나 봅니다. 이 환자분은 위내시경 검사에서 위점막하종양 소견을 보였습니다.
위 점막 하에 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대다수 환자가 이렇게 되묻곤 합니다. 위점막하종양은 위내시경을 받는 환자 1,000명 중 3~4명 정도에서 흔하게 나타납니다.
위 점막에서 자라는 암(악성 종양)과 달리, 위 점막 아래층(점막하)이나 위 근육층에서 자라는 종양입니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지만, 조직 양상에 따라 악성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수입니다.
문제는 단순한 위내시경 검사만으로는 이것이 악성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위벽은 점막층, 점막근층, 점막하층, 고유근층, 장막층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중에 위벽 최상층인 ‘점막층’ 아래에 병변이 가려져 있어서, 조직검사를 시행하더라도 병변까지 닿을 수 없어 감별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종양의 크기가 2cm 이상이면 일단 수술로 절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양성종양이어도 단지 크기가 크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수술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악성종양을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 방법이자 치료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내시경점막하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 ESD)입니다.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이란 고주파 전기 치료기, 내시경용 칼, 고해상도 내시경, 이산화탄소 주입 장치 등의 특수 의료 장비를 이용해 병변을 내시경적으로 절제하는 시술입니다.
위점막하종양은 낭종, 림프관종, 혈관성 병변, 위장관간질종양, 평활근종, 유암종, 섬유종, 림프종, 지방종 등 원인에 따라 다양합니다.
이 중에서 임상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대표적인 위점막하종양은 ‘위장관 기질종양(위장관 간질종양’과 ‘유암종’입니다.
위장관 기질종양(GST : 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은 점막 상피세포가 아닌, 점막 하층에서 발생합니다. 위 벽의 중간층 근육이나 신경세포 등의 간질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를 일으켜 발생하는 종양을 말합니다.
대부분 양성이지만 크기가 3cm 이상이면 악성이 될 가능성이 있어,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유암종(carcinoid tumor)은 신경 내분비 세포가 있는 신체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종양입니다. 그러나 위장 관계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위점막 하에서 발생하는 것이 위 유암종입니다.
병변이 1cm 미만으로 점막 아래층에만 있고, 주변의 림프절 병증이 없다면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시행합니다.
위점막하종양 외에도,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선종도 내시경점막하박리술로 절제가 가능합니다. 고이형성 선종(high grade adenoma)’ 즉, 정상세포에서 보이지 않는 모양(이형성, 비정형성)의 세포가 관찰되는 것으로 전암 병변을 뜻합니다.
조기 위암도 내시경적 치료로 암 병변을 절제할 수 있습니다.
점막층에 국한된 조기 위암의 경우 내시경점막하박리술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단, 병변의 분화도가 좋고 침윤 깊이가 얕은 경우, 주변 림프절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는 조기 위암만 국한)
그러나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은 집도의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병변을 절제할 부분에 대한 정확한 표시,
점막 병변을 들어 올리기 위한 약물 주입,
절개도에 맞춰 병변 주위의 정확한 절개,
점막하층 박리 등 섬세한 시술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병변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유근층에 위치한 종양이라면 크기나 내시경 초음파 소견 등에 따라 필요 시 조직검사와 절제술(복강경 수술 또는 내시경과 복강경 수술 병합 치료)이 함께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기 때문에,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고려한다면 의료진의 숙련도와 의료 환경을 꼼꼼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