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Bonnie!

by 스너푸킨

Bonnie는 얼마전부터 키우기(!) 시작한 천연 발효종이다. Buy Nothing에 글을 올렸고, 우리집에서 자전거로 5분쯤 떨어진 이웃의 집에서 얻어왔다.


빵 사진까지 정성스럽게 보내주고, 자기 핸드폰 번호까지 남긴 그녀의 이름은 Hope. 왠지 나를 다시 사워도우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발효종의 이름도 이미 Bonnie라고 지어준 걸 보니, 이 분의 베이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도 느껴졌다. (프로필 사진에도 빵을 들고있으니 이건 뭐 말 다했다)

내가 올렸던 포스팅. 다정한 이웃들이 달아준 댓글들

곁다리 같은 이야기이지만, 천연 발효종을 사용하는(혹은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굳이 왜 이름을 짓느냐’ vs. ‘왜 안되냐‘로 은근한 논쟁이 있다. (나는 이런 다소 영양가없는 논쟁의 댓글 읽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은 ”재미로“, ”귀여우니까“ 정도의 싱거운 이유였는데, 나는 이런 이유 없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이 좋게보인다. 별 쓸모는 없어 보여도, 이런 것도 좀 있어야되지 않나싶어서다.

엄청 많은 댓글이 달렸던 포스팅. 나름 치열했던 논쟁이 벌어졌더랬다.

나는 차도 그렇고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깜찍한 취미는 없다. 그렇지만 원래 주인이 붙여준 애정을 담아 불러온 이름이라면 굳이 바꿀 이유도 없다. 적어도, 입에 착 붙는 이름이 생길 때까지는.


발효종은 제때 밀가루 ‘밥‘을 주고 나면 눈에 띄게 양이 늘어나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제법 무언가를 키우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튼튼하게 자란 발효종은 수명도 길고, 혹시 먹이를 주는 타이밍을 놓치더라도 곧잘 살아난다. 유명한 베이커리에서 ’130년된 사워도우 스타터‘를 내세우는 것도,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반죽이라는 뜻의 ‘Dough‘를 넣어 도세핀이나 제인 도우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우리 이웃처럼 반죽이랑은 상관없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한다.

그룹에는 각자 키우는 발효종 소개가 종종 올라온다.

사워도우를 구울 때에는 오븐을 500도 예열한다. 대부분 가정용 오븐에서 설정할 수 있는 최고 온도다. 빵을 굽고나면 집 안이 금세 데워진다. 인스턴트 이스트에 비하면 발효 시간은 몇 배가 더 걸려 비효율적이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떼어먹는 순간은 모든 번거로움을 이긴다. 겨울이 빵 굽는 계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닌 듯 하다.


사워도우는 특유의 신 맛이 있다. 이름 그대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처음에는 ‘이렇게 딱딱한 빵을 무슨 맛에 먹나’ 싶었지만, 먹다 보니 질리지않는 담백함과 슴슴한 풍미가 있다.

그간 구워본 사워도우

샌드위치로 한 끼를 해결하기에도 좋고, 파스타를 했을 때는 소스에 푹 찍어서 그릇을 발우공양하듯이 싹싹 비우기에도 딱이다. 남편도 사워도우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파스타에 곁들여 먹을 때에는 곧 잘 먹는다.

쉬림프 스캠피. 국물은 빵에 찍먹이 국룰이다

발효종으로는 피자 반죽, 브라우니, 베이글 같은 다른 빵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활용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 얼마 전에는 남편의 최애 아침 메뉴인 크림치즈 듬뿍 바른 베이글을 해주고 싶어 도전해봤다. 재료는 발효종, 밀가루, 소금, 꿀이 전부. 시간과 조금의 관심을 들이면 충분하다.

잘 구워진 베이글은 사진으로 남겨서 Bonnie의 원래 주인이었던 Hope에게도 보낸다. 내가 “베이글 한번 구워봤어”하면, 그녀도 모양은 어떻게 잡은거냐며 자기의 베이글 사진도 보내준다. 소소한 기쁨에 함께 호들갑을 떨어주고, 만족감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생겼다.

얼마전 Hope에게 베이글 업데이트를 했다. 그녀의 호들갑이 고맙다.

손바닥만큼 담겨서 우리집으로 온 천연 효모가 일상을 조금 더 풍성하게 해주었다. 친구들에게 나눠줄 빵을 굽고, 식탁의 메뉴도 다양해지고, 이웃과 취미를 공유하는 재미도 생겼으니 말이다. 일상을 가꾸고 지켜나가는 데에는 어쩌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워도우에 들어가는 간결한 재료들처럼. 느긋하지만 분명하게, 나만의 속도로 무르익어가는 시간을 잘 보내면 삶도 저마다 고유의 아름다움을 피워낼 수 있을 것이다.


Bonnie-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