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를 보고~~
‘너무 밝히는 게 죄인가요?’
나는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모티브로 삼아 책을 쓰고 있다. 청소년기는 성적인 호기심이 넘치는 시기이다. 예전에 어른의 잣대로 보았을 때는 불량한 학생일 수도 있지만, 성문화의 급격한 변화로 사춘기 시기에 성 호기심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보통 사춘기는 성호르몬 분비가 최고 절정에 이르는 시기이다. 성적 호기심과 성적 욕구가 충만한 것은 당연하다.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에도 4학년이 되면 벌써 성적 호기심을 보인다. 어느 날 도서관 선생님으로부터 4학년 하○○ 학생이 ‘한 달간의 사랑’, ‘사랑이 훅!’ 책을 4번씩 읽고, 반 친구들과 돌려서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학년 때부터 보아 온 꼬마 녀석이 벌써 사춘기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5학년 김○○은 4학년 때 여학생으로부터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친구다. 같은 반 친구 박○○로 부터 러브레터를 수없이 받았다. 그 러브레터가 체육관, 화장실에서 찢어진 채 발견된 적도 많았다. 그때 남학생인 김○○는 이성에 관심이 없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상황은 달라졌다. 태권도부를 하면서 형들로부터 성적 호기심 가득한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지금은 어디서든지 음담패설을 하고 다니고, 교실 책상 위에는 성 관련 도서가 굴러다닌다. 그러다가 어느 날 교실 밖에서 음담패설을 하다 담임선생님께 투서가 들어가 혼이 나기도 했다. 내가 5학년 성교육 수업을 할 때도 그 녀석은 질문을 통해 성적 호기심을 수없는 분출 시켰다.
‘ 선생님, 섹스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 자위행위를 많이 하면 키가 크지 않는다 라고 하던데요?
‘ 몽정은 어떤 건가요?’ 보통 섹스에 대한 관심이었다.
사춘기에 입문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니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사춘기 소녀에서 성인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해 가는 성장영화이다. 주인공 ‘알마’는 평범한 소녀다. 아니 솔직한 소녀다. 사춘기 성에 눈을 뜨며 자위행위를 하는 그야말로 보통의 소녀이다. 나 여고 시절 성에 눈뜨며 상상으로 가득했던 성을 15세 소녀 ‘알마’ 똑같이 겪고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러한 15세 소녀의 성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주위에서는 ‘알마’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만 ‘알마’는 느낀 대로 본 대로 사실 그대로 표현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사춘기 아이들이 볼 영화인데 음경에 대한 속어가 나오고 야한 단어가 나온다는 이유로 한국에선 청소년 금지 판정을 받아서 성인들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성인 눈에는 유치할 수밖에 없고, 귀여운 여고생 몽정 기이겠지만 그 나이 청춘에게는 세상 전부이자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중요하고 심각한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관심만 있으면 SNS와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모를 것이 다가 아닌, 성적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모든 정보망을 뚫고 섭렵한 후 아닌 척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성인들도 사춘기 자녀들의 성적 호기심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점에서 영화에서 엄마의 대처법이 아쉽다. “나 섹스해도 돼?”라고 ‘알마’는 엄마에게 묻는다. 하지만 엄마는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섹스가 되고, 안되고 단답형의 대답보다는 섹스로 인한 문제점, 섹스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일 들, 섹시하기 전에 점검해야 사항 등을 대화를 통해 ‘알마’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사춘기를 겪는 과정에서 엄마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돕는 행동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어른의 잣대는 그랬다. 청소년이 ‘섹스’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청소년기의 순수한 성에 대한 호기심은 시대에 따라 성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사회의 시선도 바뀌어 가고 있어서 학부모들도 변화된 사회의 성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한 예로 2020년 7월에는 전남 한 고등학교에서 성교육 ‘콘돔 끼우기’에 대한 교육을 하기 위해 바나나를 준비시켰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성교육 취소 해프닝이 있었다. 그 이유는 자녀들의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범죄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작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어른들이 음란물을 너무 많이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고등학생의 학부모라면, 나이가 대충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해당한다. 그 시대에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는 연령대다. 그들의 학창 시절 성교육은 지금은 과목명조차 사라지고 없는 생물이나 가사 시간에 배운 지식이 사실상 전부다.
성인들은 성을 늘 억제하고 참고 감추기를 원한다. 왜일까?. 성이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그래서 불을 끄고 아무도 보지 않는 밀실에서 섹스하는 것일까? 우리는 모순적인 성에 대한 관점과 마주할 때가 많다. 어른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1980년대에 멈춰 버렸기에, 자녀들과 전혀 소통이 없는 꽉 막힌' 꼰대'들일 거라고 지적을 당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성교육은 SNS와 유튜브 등에 맡기고 있다. 아이들의 신체적 성장과 성 인식의 급속한 변화를 어른들의 성인식이나 학교의 성인지 감수성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구태의연하고 형식적인 성교육을 탈피해야 할 시기이다.
청소년기는 성에 대한 가치관 확립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므로 성에 대한 가짜 정보가 판치는 SNS와 유튜브를 통해 음성화 되는 것을 묵과 안 된다. 잘못된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른들도 청소년기의 성적 호기심을 이해하고 사회적 변화를 인정하여 체계적인 시스템 내에서 성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