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가 많다.
평소엔 거의 해보지 않던 요리도 종종 하게 되는 걸 보면
심심함은 부지런함의 전제조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근데 몇 번 해보니까 자꾸 밥 해 먹는 것도 귀찮아진다.
방금 한 말 '심심함은 부지런함의 전제조건'이라는 명제는 틀린 말 같다.
벌써 깨달았다.
아무튼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게 있는데
같은 재료로 만들고, 조리법도 (내가 보기엔)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결과물이 정말 달라질 때가 있다.
특히 계란으로 하는 요리가 그렇다.
가끔 유통기한이 거의 다 지나가는데 해결하지 못한 계란이 잔뜩 있어서
한 번에 요리를 많이 해야 할 때가 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2~3개 깨서 놓는다.
'계란 프라이'를 만들려는 것이다.
열이 오르고 요리를 시작 하려고 순간!
가끔 그냥 젓가락으로 휘젓는다.
계란 노른자가 맘에 안 들거나, 제대로 안 익었는데 뒤집으려고 혼자 쑈 하다가
갑자기 태세를 전환해서 ' 아니 스크램블도 어차피 요리잖아 ' 하면서 타협한다.
근데 스크램블도 맛있다는 게 핵심이다. 어차피 계란이고 식용유 두른 거 똑같고, 불도 똑같으니
비슷한 요리라 생각했었다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여러 번 먹다 보니 계란 프라이랑 스크램블의 맛 차이가 꽤 있다는 걸 알았다.
프라이는 흰자의 탄탄함과 노른자의 부드러움이 결합되어 밥과 같이 먹을 때 두 가지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또한 크기가 꽤 크다 보니 먹을 때 포만감이 드는 것 같다. 그에 반해 스크램블은 맛이 하나다. 한 맛이 여러 번 반복되는 맛이고, 식감은 부드러운 덩어리를 먹는 느낌 너무 작다보니 먹는 느낌도 잘 안난다. 약간 싱겁다
이렇게 같은 재료, 비슷한 요리 방법인데 중간에 젓가락으로 휘젓는 거 하나만으로 완전 다른 요리가 된다.
그리고 먹으면 먹을수록 그 맛 차이가 느껴진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비슷한 생활환경, 비슷한 가정 형편인데
중간에 휘젓는 행동 단 한 가지가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다는 것.
나에게 휘젓는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나는 '계란 프라이'인가 '스크램블'인가 궁금하다.
에이 뭐 상하지만 않으면 됐지.. 라는 생각도 조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