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루루루 Jun 05. 2020

안읽씹 vs 읽씹

사라지지 않는 숫자 1


카톡이라는 것이 있다.


문자도 아니고

채팅 메신저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런 노란색 어플


사실 메신저 맞다. 그냥 써본 말이다.




나는 2010년 말부터 카톡을 썼던 것 같은데

처음엔 숫자 1이 가진 의미를 몰랐었다.


그 당시 카톡을 쓰면서 문자랑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친구에게 물었다.


"야 카톡이랑 문자랑 뭐가 다르냐?" 

"카톡은 문자처럼 글자 수 바이트 신경 쓸 필요가 없잖냐"


친구는 똑똑한 놈이었다.

그랬다. 문자는 글자 수 제한이 있었다. 일정 글자 수를 넘어가면 MMS로 넘어가서 되게 피곤해졌다. 

일정 글자 수 내에서 띄어쓰기도 줄이고, 최대한 빽빽하게 보냈었던 기억이 있다.

또한 문자는 무제한으로 보낼 수 없다. 제한이 있었다.


내가 중, 고등학교 때 휴대폰 요금제로는 '알'이 있었는데 

문자를 많이 쓰면 '알' 이 고갈되는 구조였다. 월말이 되면 친구들은 내게 '알'을 요구했다.

알셔틀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카톡이 문자와 다른 건 글자 수를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

그 정도로만 알았었는데


어느 순간 숫자 1의 비밀을 알게 됐다.



카톡을 읽으면 숫자 1이 사라지고

읽지 않으면 숫자 1은 계속 유지된다.

이 사소한 법칙은 우리 인간관계를 되게 많이 바꿔놨다.

카톡이 오고 바로 답장할 내용이 아니면

미리보기로 내용은 알았지만 채팅창엔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가는 순간 내가 이 글을 봤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래서 1 없애지 않고 카톡 보는 방법 또한 있다.

'비행기 모드'로 카톡을 보는 것

근데 이 방식은 '비행기 모드'를 푸는 순간 1이 사라진다.

매우 위험하다.


내게도 숫자 1은 큰 영향을 끼친다.

내가 보낸 카톡을 읽었느냐 안 읽었느냐 확인하기 위해 채팅창에 들어가고 숫자 1을 본다.

숫자 1이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괜히 내가 보낸 카톡이 혹시 잘못이 있는지 노심초사한다.


왜 안 보는지 사실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카톡을 진짜 빨리 보는 편이다. 카톡이 자주 오진 않지만 오면 최대한 빨리 보고 답변한다.

상대가 기다리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항상 빠른 건 아니라서 바쁜 경우 카톡이 늦을 때가 있는데 그래도 하루는 넘지 않는다.


근데 어떤 내 친구는 카톡을 진짜 안 본다.

오랜만에 그 친구에게 안부 겸 카톡을 보냈다.


몇 번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마지막 내 카톡을 끝으로

이틀 동안 읽지 않는다. 뭐 바빴을 수도 있는데, 인스타 스토리는 올리네?

내가 보낸 카톡이 혹여 불편했을까 괜한 생각도 하며 틈틈이 굳이 채팅창에 들어가 본다.

여전히 1이 남아있다.

조금 그렇다. 나만 친구로 생각했었나..

내 생각은 안 하나?...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아니 안 쓰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에 대해 물으니 의견은 다양하다.

하루 이틀 정도는 안 읽을 수 있다고

읽으면 반응해야 되는데 그게 부담스럽다고



안읽씹 vs 읽씹 


어떤 것이 더 기분 나쁘냐에 대해서 친구들과 토론한 적이 있다. 

소주 한 병을 테이블에 두고 심오하게 고민했다.

결론은 안읽씹은 아예 나를 무시하는 느낌이고

읽씹은 보긴 봤는데 할 말이 없다.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나?


로 결론이 난 것 같다.


근데 그런 생각을 한다. 카톡은 왜 1을 만들었을까

숫자 1에 사람들이 연연할 것이라는 걸 카카오는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알았을까?


브런치는 숫자 1이라는 게 없다.

불특정 다수가 읽던 안 읽던 그 흔적이 없다.

그래서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하면서 든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