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컴온 컴온 C’mon C’mon>
투병 중인 엄마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엄마와의 마지막 시간은 혼란스럽다. 그들은 앞으로 남은 시간 엄마를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달라 부딪히고, 결국 싸움으로 이어진다. 누나 비브는 주인공 조니에게 쏘아붙이듯 말한다. “너와 나는 달라.”
너는 늘 너를 끔찍하게 아끼던 엄마를 잃어가는 거고,
나는 한번도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를 잃어가는 중이야.
엄마는 아들을 다정하게 품었고, 딸과는 시시콜콜 의견을 달리하며 부딪히며 자란 모양이다.
“엄마는 언제나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고, 나는 그저 가족 중 누군가가 한번쯤은 내 편이 되어주길 바랬던거 뿐이었어.”
하지만 나는 안다.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엄마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혹은 엄마와의 관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누나도 조니도, 같은 엄마를 잃어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아픔을 경험한다.
그 둘은 결국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년간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연락이 닿는다. 비브의 사정으로 조니가 조카를 잠깐 맡아 돌보게 되면서 9살의 조카가 그의 삶에 들어오게 된다. 이렇게 시작해서 조카와 삼촌의 대화가 중심이 되는 이 영화는 재밌으면서도 종종 뭉클하고, 그들이 로드트립을 떠나면서 뉴욕, 엘에이, 디트로이트, 뉴올리언스의 풍경이 흑백화면으로 아련하게 펼쳐진다.
그들의 여정을 보고 있자면, 우리는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면서 성장을 하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이를 키우고, 누군가를 끌어주고 보듬어주는 일은, 애정을 쏟아부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약점까지 품어주고,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결국은 그 자리를 덤덤히 지켜내야 한다. 그러니까 보호자라는 자리가 그런 인내와 성숙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성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버거운 감정의 무게를 견뎌 내고 나면 보이는 것은, 우리 모두 누군가의 희생 어린 보살핌을 받았던 존재라는 것이고, 주인공 조니는 이 지점에서 그가 고통받아온 지독한 외로움에 대한 어떤 위안을 얻은 것 같았다.
무심한 싱글 뉴요커로 살 때, 그의 삶은 훨씬 더 예측 가능하고 편했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외로움을 안고 살았다. 그런 그가 조카를 돌보며 그의 사생활을 물론 회사 일도 휘청거리게 되지만, 그는 세상에 혼자인 것 같았던,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어떤 위안을 찾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보고 나면 마음이 꽉 채워지는 것 같은 그런 영화.
<우리의 20세기>, <비기너스>에 이은 마이크 밀스 Mike Mills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3편 모두, 너무 좋다. 자신의 이야기를(특히나 아픈 이야기들을) 이토록 솔직하고, 사랑스럽게 풀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