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잘 보내드리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연락도 일일이 못했는데 마음 써줘서 고맙습니다.
모두를 대신해서 와준 사람들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엄마에게 인사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리만치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것은 형식적인 의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상주 자리에 앉아서 오시는 손님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절이라는 것은 동작 하나하나에 꽤나 신경을 쓰고 마음을 집중해서 하는 행위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친구들이, 언니를 아끼는 친구와 직장동료들이, 동생의 절친들이
엄마에게 그렇게 마음을 담아 인사를 해주어서 좋았습니다.
남겨진 우리는 이렇게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면 괜찮을 거라고
엄마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조금 더 편하게 가셨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작년 3월 암 선고를 받고,
우리에게 6개월에서 1년 즈음이라는 시간이 남았음을 알게 되었을 때
병원이나 치료법을 알아보는 것만큼 우리에게 중요했던 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초조하고 막막한 질문이었습니다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와 맞닿아 있었고
이것은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질문임과 동시에
저희에게는 현실적이고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잘 산다는 건
아주 나 다운 평범한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훑어가는 것보다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멀리 여행을 가는 것보다
엄마에게 더 소중한 것은
엄마다운 일상을 차분하게 즐기는 그런 소소한 하루였으니까요.
얼마가 남았든 간에 최대한 엄마가 편안하게 소중한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해드리자고 마음을 먹고 나니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좀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아는 누구보다 현명하고 삶에 대한 혜안을 갖고 있었던 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편안하고 담담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건 불행한 게 아니라 그냥 운명인 거라고,
재밌게 잘 살다 간다고
살아보니 인생은 생각보다 짧으니
너희는 하고 싶은 거하며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고 하셨습니다.
슬프고 애석하지만
엄마를 잃어가는 지난 일 년간 배운 삶의 태도를 연습하며
엄마를 기억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카프카는 삶이 소중한 이유가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각자의 하루에 산재한 크고 작은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발견해가며 살며
그런 우리들의 일상이 만나는 시간이 조금 더 많은 앞으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