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만원의 행복 Ep.4

강변에서 물멍

by 소도


치앙마이에서 지내다 보면 종종 핑강 Ping River을 보러 가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치앙마이를 가로지르는 핑강 주변에는 물멍하기 좋은 장소가 많다. 멍하게 한참을 보고 있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오늘 핑강에 가려고 나왔는데, 웬일인지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왜 이럴까 생각해 보니, 오늘부터 3일간 연휴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긴 주말이 오면 치앙마이는 방콕에서 주말여행을 온 사람들로 복잡해진다. 그러면 식당과 커피숍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택시도 잘 안 잡힐뿐더러 교통체증도 심해진다.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다가 이참에 늘 시도해보고 싶었던(하지만 겁이 많아서 시도하지는 못했던) 모터사이클 택시를 시도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서는 오토바이 택시가 일반 택시만큼이나 대중적이다. 저렴하기도 하고(일반 택시의 1/2에서 1/3 정도), 좁은 골목길을 다닐 때는 더 편리하기도 하다. 앱으로 택시를 부르자 5분도 되지 않아 초록색 그랩 재킷을 입은 운전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내 앞에 섰다.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그는 나에게 오토바이 헬멧을 건네주었다. 그는 앞으로 당겨 앉으며 내가 뒷좌석에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가 겁내하는 것이 느껴졌는지, 그는 천천히 출발을 했다.


택시를 타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건, 오토바이를 탈 때 보통은 운전자의 허리를 잡는데, 오토바이 택시를 타면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였다. 타면서 보니 태국 사람들은 앞에 운전자를 아예 안 잡고 양다리로만 중심을 잡고 타는 사람들도 있고. 뒷좌석 끝에 있는 철제 손잡이 부분을 뒤로 (엉덩이 뒤로 손을 모아서) 잡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후기에서는 좀 더 안정감 있게 가기 위해 기사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간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뒷좌석 끝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갔다. 물론 어깨에 손을 올리면 더 안정감이 있을 것 같았지만, 부끄러워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긴 거리를 가는 건 아니라서, 5분 정도 걸려 목적지에 도착을 했는데, 도착을 하고 보니 손잡이를 너무 꽉 잡았는지 두 손이 얼얼했다.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던 5분이었다.


내리면서 ‘어휴 살았다’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아저씨가 “사눅 마이 สนุกไหม?” 하고 재밌었냐고 놀리듯이 묻는다. 재미를 느끼기엔 나는 너무 쫄보였지만, 아저씨가 실망하실까 봐 아주 재밌었다고 “사눅 막막 카” สนุกมากๆค่ะ 하고 대답했다. 태국어는 긍정적인 것에는 “막막 มากๆ (아주아주)”을 마구 붙여서 대화의 쿵작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목숨을 걸고(?) 도착한 곳은 핑강을 바라보고 있는 커피숍이다. 오래된 가옥을 고쳐서 카페로 만든 곳인데, 메인 건물에 실내 공간이 있고, 그 옆에 창고 같은 곳을 개방형 공간으로 개조해서 강을 바라보고 앉을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다. 컴퓨터를 가지고 와서 일을 하는 사람들,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고, 친구와 가족끼리 와서 흥겹게 수다를 떠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중간중간 물멍 - 멍하게 물을 바라보는 일을 잊지 않는다.



이때 나는 태국 역사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치앙마이가 란나왕국이었던 시절, 오른쪽으로는 캄보디아, 왼쪽으로는 버마, 남쪽으로는 아유타야, 북쪽으로는 중국 윈난의 침략을 꿋꿋이 견뎌내며 왕국을 유지해 왔다는 부분을 읽고 있었다. 내 눈앞에 흐르는 강물이 그 모든 역사를 지켜봐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덧 오후 5시가 되었다. 비어 타임이 돌아왔다. 태국에는 술을 팔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데, 점심시간(11시-2시)과 저녁시간 (5시-자정)으로 하루에 두 번으로 나눠진다. 평소에 맥주를 즐겨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핑강에 오면 야외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강 주변의 야외 식당은 탁 트인 넓은 공간에 은은한 등으로 불을 밝혀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보통 태국사람들은 이런 야외 식당에서 고기나 해산물을 넣어서 다양한 소스에 찍어 먹는 샤부샤부를 즐겨 먹는다. 우리는 간단한 안주로 에다마메(삶은 풋콩)에 크랩 볶음밥을 시켰다. 기본 안주로는 땅콩과 잘게 썬 라임과 태국고추, 그리고 소금이 함께 나왔다. 세 가지를 적당히 넣어 땅콩과 섞어 먹으니 맛있다. 단순한 땅콩 하나도 이렇게 맛깔나게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라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강변을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맥주가 꿀떡꿀떡 넘어간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



오늘의 지출: 바이크택시 (45밧) + 커피 (60밧) + 맥주와 안주 (250밧) = 355밧 (만 3천 원)


오늘도 사눅사눅한 สนุกๆ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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