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장기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5가지

by 소도


치앙마이에서 장기로 지내는 여행자들은 일반적인 여행 루트에서 벗어나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치앙마이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치앙마이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건, 게으름에 대한 역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기도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활동도 많이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고 추천하고 싶은 것들을 모아봤다.



1. 태국어 학원


몇 해 전, 세 달 정도 치앙마이에 머물기로 결정하고, 태국어 학원을 등록했다.일주일에 3번, 한번에 2시간씩 수업을 하는 일정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나처럼 장기로 머무르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은퇴하고 태국에서 사는 사람들 외에도, 글을 쓰는 작가,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 안식년 중인 외교관, 디지털 노매드 등등 흥미로운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등록하기 전에는 ‘느긋하게 놀려고 왔는데, 일주일에 3번이나 학원을 가면 너무 바빠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태국어 학원의 특성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놀며 공부하며, 느긋하게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 내주는 숙제도 해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해서, 수업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선생님을 통해서 언어 이상의 문화적 이해도 높아졌다. 예를 들면, 영국 학생이 “오늘 날씨가 좋네요.라는 말은 어떻게 말해요?”라고 묻자, 선생님은 “그건 영국사람들이 보통 낯선 사람들이랑 아이스브레이킹할 때 하는 말이잖아요.”라며 웃었다.


태국사람들은 날씨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 해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의 일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 혹은 내일 비가 올까 안 올까,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 대신 태국 사람과 친해질 때는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돼요. 어제 먹은 맛집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근처에 맛있는 국수집을 추천해달라거나, 그러다 보면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아하! 싶었던 선생님의 답변이었다. 이렇게 태국의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학원비는 대략 한 달에 3,000밧 (11만 원) 정도로 저렴했고, 태국에 한 달 이상 머무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은 액티비티 중 하나.


2. 근교 여행 (람푼, 싼깜팽 온천, 매캄퐁 폭포)

치앙마이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근교 여행지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람푼을 좋아했다. 우리는 그랩을 타고 갔는데 (300밧, 대략 만원 정도), 와로롯 시장 근처에서 미니버스를 타면 30밧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아침에 갔다가 유명한 롱안국수를 먹고, 뮤지엄도 갔다가, 커피숍도 몇 군데 들렀다가 4-5시쯤 돌아오기에 딱 좋은 곳이다. 람푼은 치앙마이의 1/3 정도에 작은 도시라서 쉽게 걸어 다닐 수 있는데, 아직 발전되지 않은 옛스러운 골목을 걷다 보면 치앙마이가 10년 전에 이런 모습이었겠지 짐작이 된다. 치앙마이와 또 다른 느낌의 작은 마을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3. 도심 속 하이킹


치앙마이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몽크 트레일 Monk Trail'이라는 하이킹 트레일이 있다. 산중턱에 있는 절에서 스님들이 매일새벽 오르내리는 길이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하이킹 난이도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정도로 별로 어렵지가 않고, 어른 걸음으로 40-5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목적지인 왓파랏 사원에 도착하면, 치앙마이가 한눈에 들어오는 엄청나게 멋진 뷰가 펼쳐진다. 사원 자체도 예뻐서 구경하기도 좋다. 주의할 한 가지는, 이곳은 명상수련으로 잘 알려진 사원이라서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관광객들이 늘면서, 큰소리로 떠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한다.


푸른 자연을 즐기면서 가볍게 운동할 수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찾게 되는 곳이었다. 근처에 오가닉 식료품점인 로얄 프로젝트가 있어서 묶어서 가기 좋다. 치앙마이에서 건강하게 반나절을 보낼 수 있는 추천할만한 일정.



4. 영화관 가기

로컬처럼 살아보는 경험 중에 현지 영화관을 가보는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가본 영화관은 마야 쇼핑몰에 있는 SFX 시네마인데, 우연찮게 갔던 날이 수요일이라 반값할인을 하고 있어서 120밧 (4천 원)이라는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봤다. 우리는 영국 영화를 봤는데, 더빙 없이 영어로 오디오가 나오고, 태국어 자막이 있었다(종종 태국어로 더빙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보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영화관의 컨디션도 서울의 영화관만큼이나 좋았고, 소파석이라는 엄청 푹신한 2인용 소파에서 볼 수 있는 옵션도 있어서 신기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무려 30분이나 광고와 예고편이 나왔는데, 그 끝에는 국왕에 대한 경례시간이 있었다(원래는 이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다.) 여행 중에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해볼 만한 경험이다.


5. 무료 전시회


치앙마이 예술대학은 태국 내에서 최고로 꼽히는데, 그래서인지 치앙마이에는 크고 작은 갤러리와 전시회가 많다. 그중에서도 추천하는 두 곳은 올드타운에 있는 'Kalm Village 캄 빌리지'라는 아트센터와 'House of Photography 하우스 오브 포토그라피'이다. 캄 빌리지는 갤러리, 전시공간, 핸드크래프트샵, 커피숍, 식당 그리고 탁 트인 뷰가 있는 휴식공간까지 모두 모여있는 예술 공예 복합 공간이다. 고산지대의 소수민족이 핸드메이드로 만든 패브릭을 사용해서 만든 옷, 스카프, 가방이나 이불 같은 패브릭 제품을 구경하기 좋고, 시즌 별로 다양한 특별 전시도 열린다.


하우스 오브 포토그라피는 사진 전시관인데, 올드타운의 란나 전통문화 박물관 옆에 위치해있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특별전시만 오픈되어 있었다. 메콩강 주변의 작은 피싱 빌리지를 다니며 사진을 찍은 포토그래퍼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전시도 좋았지만 란나 전통 목조 건물에서 느낄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가 특히 좋았다.


이 외에도 수채화, 세라믹, 천연 염색과 같은 아트 수업도 있고, 무에타이를 배우거나, 동물 보호같은 봉사활동을 하는 일도 가능하다.


치앙마이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장기 체류자들은 나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었다. 쉽게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지 않는 치앙마이 사람들의 유연함이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치앙마이에 머무르게 된다면, 자유롭게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또 도전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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