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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고르는 법

ADHD와 양극성 장애에 관한 이야기(12)

by 소나


나는 정신과 유목민이다.


난 지금까지 짧게든 길게든

총 3명의 주치의 선생님을 거쳤다.

최근까지 합치자면 4명이다.


난 지금 주치의 선생님도 좋은 선생님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제일 불안한 시기를 함께했고, 약 조절에 있어서 강압적이지 않으며, 나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신다. 하지만, 좋은 기회가 생겨 새로 병원을 옮길까 고민이 되어, 나만의 기준법으로 정신과 고르는 법을 적어 볼까 한다.




1. 거리는 가까운지, 예약 후 대기 시간이 긴지


나는 현재 정신과를 바꾸려 한다.

되게 매우 유명한 선생님으로.


정신과는 장기전이다.

그래서 인내심 테스트를 하고 싶지 않다면,

의지보다 중요한 게 거리와 대기 시간이다.


새로운 병원은 의원이지만, 무려 3개월을 대기해서 초진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새로운 주치의 선생님은 이미 방송에도 여럿 나오고, 잡지 인터뷰도 하며, 라디오 진행까지 이미 많은 실력을 인정받았다. (어떤 분이신지는 밝히지 않겠다)


난 이미, 3개월이나 기다렸지만, 예약 후 방문했을 때 무려 1시간을 대기했다. 이건 의원 치고, 매우 특이한 케이스이다... 대학병원도 아니고... 유독 차가웠던 데스크 선생님은 선생님이 인기가 많아서 그런 거라고 말씀하셨고, 첫 진료를 보고 난 이후, 난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2. 의사와 나 또한 사람과의 관계이다.


우리는 진료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배우며, 실천한다. 그러므로, 의사와 환자는 많은 유대감과 신뢰감이 필요하며, 쌓아나가야 한다. 쉽게 말해 케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사람일지라도, 그 치료가 최선의 진료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을 선호하고,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 선호도가 진료에도 영향을 미쳐 나의 심리에 반영된다면, 그건 절대적으로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적정한 선을 지킬 수 있는 의사를 고르는 편이 현명하다.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나 또한 포함된다. 나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3. 최소한 몇 번에서 몇 개월은 방문해봐야 한다.


정신과는 초진비가 비싸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번에도 새로운 병원에서만 8만 원이라는 돈이 들었다.

모든 정신과 비용은 기회비용이다. 환자가 오로지 받아들여야 하는 시스템을 어쩔 수 없이 납득해야 한다. 우리는 도움을 받으러 가는 것이기에. 의사는 첫 진료에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없고, 환자 역시 나의 내면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없을뿐더러 그러기도 싫다. 신뢰감이 쌓이기 전에는 최소한의 간 보는(?) 기간이 필요하다.



4. 진료 스타일을 비교하며 맞는 선생님을 찾아야 한다.

3분 컷 진료라고 들어봤는가? 정말 내과에 온 것처럼 3분 동안 약에 대한 정보만을 공유하고 나오는 3분 컷 진료도 정신과에 존재한다. 나의 첫 번째 주치의 선생님이 그러셨다. 물론 장점도 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 또, 이런 진료를 선호하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병에 깊이감이 있는 사람에겐 근본적인 치료에 적합하지 않고, 나에겐 인지치료가 필요했으므로 주치의 선생님과 충분한 라포가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 병원 주치의 선생님은 20분은 최소한으로 보장해 두며, 매주 보는 편이다. 항상 나의 입장에서 조언해 주시며,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객관적으로 봐주시기에 만족하며 다니고 있었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앞서 말했듯이 과한 호감은 치료에 방해될 수 있다.



5. 나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


새로 본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다른 의사를 비판하긴 싫지만, 가끔 이상한 약을 처방하는 병원들이 있어요. 하지만, 소나님이 복용한 약들을 보니, 선생님께서 신경 써서 지어 주신 거 같네요. 저라도 비슷한 약을 쓸 거 같아요. “


같은 병이라고 모두 같은 약을 처방하진 않는다. 선생님마다 진료 스타일이 제 각각이며, 약 처방에까지 영향이 미친다. 그러므로 다양한 선생님을 만나보며, 스펙트럼을 넓어 시도해봐야 한다.


나도 다양한 정신과 블로그 글과 전문 의학책을 읽으며, 함께 공부해야 한다. 물론 내가 함부로 진단을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 약의 부작용은 뭔지, 어떤 효과로 나에게 처방되었는지 확인할 필요는 있다. 예를 들어 난 우울증에 조현병약도 소량 쓴다는 사실에 놀랐다. 정신과는 특성상 모든 약물의 부작용이나 진단명 효과를 정확히 환자에게 말하지 않으므로 환자가 스스로 질문하며 공부해야 한다.


나 또한, 공부하며, 좀 더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든다. 정신과 전문의가 쓴 에세이, 블로그, 유튜브, 전문 서적 등을 찾아보며, 나의 병을 꾸준히 학습하려 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맞는 주치의 선생님을 꼭 만나길 바란다.


나 또한, 그런 고민의 흔적들이 있기에 혹여 나와 같이 불안한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도움 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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