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취준생 이야기(7)
나의 꿈 = 취업.
장래희망 = 대기업 입사.
고등학교 생기부를 지금 쓸 수 있다면
난 이렇게 바꿀 것이다.
취업준비를 하느라
고등학교 생기부를 열어볼 일이 생겼다.
거기서 제일 눈에 띈 부분은
장래희망
“디자이너”
( 실제로 3년 동안 미대입시를 했으며,
멘탈 이슈로 중도 포기했었다.
결국, 미대로 진학하긴 했지만.. )
이름만 들어도 순수하고, 낭만 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이런 질문이 들어온다면,
싶은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대답하는 것이 아닌 기업명을 말할 것이다.
00 기업이요.
주치의 선생님이 하고 좋아하는 일이 뭐냐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없었다.
솔직히 죄송한 말이지만,
아직도 속 좋은 소리 한다고 생각한다.
(화가 났다.)
선생님은 “의사니까” “전문직이니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고 하지.
나처럼 평범한 취준생은 하고 싶은 거 찾아서 못해요..
원서는 무지성 난사 수준이고,
그냥 불러주는 기업에 감지덕지며
직무만 맞게 뽑아줘도 땡큐다.
꿈이 장래희망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요즘 취업준비를 하면서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망설임 대답한다.
00 대기업 입사요...!
삶의 목적을 찾아 미래 지향적 삶이 아닌
그저 현재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삶
생존화 전략으로 바뀐 것이다.
거의 모든 기업 인재상을 보면
“진취적인 인재”는 꼭 들어있다.
그럼 난 시작부터 글러먹은 사람인 걸까?
꿈이 취업이 되고
취업이 목적이 되었다.
하루하루 나이가 들수록
예술을 하고 싶을 정도로 진취적인 성향이었던 내가
안전지향형으로 바뀌고 시도와 도전이라는 낭만이
무색하고 철없이 느껴진다.
낭만 있게 하고 싶은 일을 진취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보단 이름 있는 기업에 원서라도 하나 더 써보는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나를 보고 실망할까?
이것이 나쁘다고, 소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대체 뭐가 철이 없는 사람일까
꿈을 끝까지 쫓아갈 줄 아는 사람
적당히 포기할 줄 아는 사람
나에게 다시 꿈을 물어본다면
오늘도 어김없이 대답할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대기업 입사요.